교육칼럼

교육자의 자세

길전 2008. 11. 27. 21:57

올바른 국가관과 품성이 중요

                                                                              김청규/인교연혁신포럼대표

지난 11월 4일 치러진 미국 제44대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빅 이벤트였다. 미국 독립 이후 232년 만에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사실도 놀랄 만한 뉴스지만, 미국은 누구든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열린사회’라는 점이 필자를 더욱 감동하게 만든다. 그리고 본인의 의지와 가족의 도움, 그리고 좋은 교육만 받으면 ‘자아실현’ 욕구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케냐 출신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는 두 살 때 부모가 이혼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후 백인 친구들의 놀림을 받고 좌절과 방황을 거듭하면서 성장하였다. 그가 정신적으로 어려웠던 시련을 극복하고 정치적 성공을 이룬 배경에는 어머니, 외할머니, 부인 등 가족의 각별한 뒷받침이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하와이의 푸나후 사립고, 컬럼비아 대학, 하버드대 로스쿨과 같은 명문 학교에서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표현능력을 터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려면 ‘부모’ 다음으로 ‘학교’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실상을 살펴보자. 나라가 흥(興)하려면 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하면서도, 지난 10년간 평등이념에 따른 소위 3불(不) 평준화정책으로 ‘먼 숲을 보기보다는 가까운 나무만 보는’ 근시안적 교육정책을 펴왔다. 또 이에 편승한 일부 교사들은 미래의 행복추구를 위한 교육보다는 현재의 학생 인권이 더 소중하다는 논리를 고집해왔다.

 ‘그 나라의 장래를 보려거든 청소년의 눈을 보라’는 격언이 있다. 요즘 우리 청소년들은 학교에서는 졸고 학원에서는 초롱초롱해진다. 심지어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선생님을 더 존경한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우리나라 학교가 어떤 자리에 와 있는지를 가늠케 하는 잣대가 아닐 수 없다. 청운의 꿈을 가진 학생들이 학교수업을 신뢰하지 않아 입시학원이나 외국유학의 길로 본의 아니게 내몰리고 있으며, 1년에 지출되는 사교육비만도 수십조 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내 탓은 없고 네 탓뿐만 무성하다.

새 정부 들어서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이 중앙정부에서 일선교육기관의 ‘자율성’ 확대로 점차 이행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누구보다도 반겨야 할 일선 학교가 소아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언제는 국가가 너무 일선교육을 옥죄어 가르칠 기분이 안 난다고 하더니만 이제는 멍석 깔아놓으니 뒤도 돌아보지 않는 격이다.

필자는 1960년대 초반 소위 ‘학교왕국’이라 칭하던 시절부터 민주화가 정점에 이른 참여정부 말까지 40여 성상을 교직에 몸담아 교사-교감-교장의 과정을 겪으면서 교육애환을 뼈 속 깊이 체험했다. 따라서 누구보다도 우리 교육의 치부와 문제점을 소상히 알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참여정부 시절 마련한 단체협약 중 ‘학교 자율화’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일부 조항의 해지 동의를 요청했지만, 일부 교직단체가 응하지 않자 단체협약 전면 해지를 통보하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정부에서 제시하는 제반 정책이 자기 의사에 반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항변할 수 있는 자체가 우리 사회가 민주화한 증좌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편벽적인 행위를 보이는 것은 맹자와 그의 제자 만장이 주고받은 향원(鄕原)이 아닐 수 없다.

교육자는 ‘잘 가르치는’ 기술(skill) 이전에 투철한 국가관과 더불어 사표로서 갖춰야 할 품성이 중요하다. 거침없는 공교육 개혁으로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계 미셀 리가 자신의 1년간의 교육개혁을 회고하면서 ‘누구나 행복하게 느낄 수 있는 결론은 없다’고 말한 이야기는 모든 교육자들이 가슴에 두고두고 새겨야 할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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