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思

己丑년 새 아침을 맞으며

길전 2008. 12. 31. 10:57

  중부단상

 

참고 견디자, 그리고 웃자?

 ‘인생은 풀잎에 맺힌 이슬이요, 스쳐가는 바람과 같다’고 어느 노스님은 중생들에게 설파했다지만, 정말 시간은 잘도 흐른다.
늘 새해를 눈 오는 날의 아이들처럼 들뜬 마음으로 맞이하지만, 세밑이 되고 보면 흡사 벌거벗은 나무에 하나 달랑 붙어있는 나뭇잎을 보는 것처럼 공허하고 씁쓸하다.
며칠 전 신문에는 중국 북송시대 유학자 주돈이(周敦·1017∼1073)의 저서 통서(通書)에서 유래하였다는 ‘요즘 사람들은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바로 잡아주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 병(病)을 숨기면서 의원에게 보이지 않아 몸을 망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今人有過 不喜人規 如護疾 而忌醫 寧滅其身而無悟也)’고 평한 호질기의(護疾忌醫)가 저물어가는 2008년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역시 교수들은 세상을 보는 혜안이 우리네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세상사 중에 인간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세월, 즉 시간은 따지고 보면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오늘과 별반 크게 다르지 않다. 지구의 자전 운동으로 해가 서산에 지면 캄캄한 어둠속에 달과 별을 볼 수 있고, 다음 날 이른 새벽이 되면 어김없이 동쪽에 뜨는 해를 볼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우주의 섭리이자 이치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365일을 1년 주기로 정해 놓고 새해 첫 날 아침을 “원단(元旦)”이라 하며 의미를 크게 부여한다. 그렇다고 우리네 형편이 크게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근자에는 기쁘고 즐거운 일보다 괴롭고 답답한 순간이 더 많아 대다수 국민들의 가슴은 온통 새까만 숯가마다.
인생이란? 어차피 속고 사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다지만 요즘 국민의 선량(選良)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사실 우리 아이들이 닮을까 봐 겁이 난다. 정말 세비(歲費)가 아깝다는 여론이 높다. 하긴 서부 활극 같은 이벤트마저 없다면 우리 국민들이 무슨 재미로 지낼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이제 2009년 소띠의 새 아침이 밝았으니, 필자는 인생의 한 주기인 이순(耳順)을 넘어 대중교통기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경로대접을 받게 된다. 옛날 같으면 당연히 어르신 대접을 받을 나이지만 필자는 반갑지만은 않다. 근자에 교분을 나누던 친구들이 하나 둘 저 세상으로 훌쩍 떠나버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뼈 속 깊이 새긴다. 하나 요즘,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생은 60부터’라는 신조어에 그나마 나름대로 자위를 하면서 이제 여분의 인생을 좀 더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세상에 최고선(最高善)은 존재하지 않는 법, 살다보면 좋은 일이 있으면 궂은일도 생기고, 긍정적인 면이 있으면 부정적인 측면도 있게 마련이다. 필자 역시 성품이 급하고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수용하고 이해하기보다는 불만스러워 하고 기피하는 습성이 있다.
그렇지만 어쩌겠나? “참고 견디자, 그리고 웃자!” 참고 견디는 삶이, 바로 성공의 비결이라고 혹자(或者)는 말하지 않던가. 언젠가 새해맞이를 동해에서 하고 싶어 산악회에 따라 나섰다가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기축(己丑)년 새해맞이는 집에서 가까운 산에서 하리라. 그리고 새로 맞이하는 2009년에는 ‘매사에 욕심 내지 않고, 늘 웃으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새해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즐겁고 신나며 행복해지기를 갈구(渴求)하면서.
김청규/인교연혁신포럼대표

'세상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혼을 생각하는 커플들에게!  (0) 2009.02.24
새 해에 버려야 할 구습  (0) 2009.01.16
미국 대선을 지켜보면서  (0) 2008.11.18
정 맞는 이야기  (0) 2008.10.16
배움을 통한 '행복'찾기  (0) 2008.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