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제2도시에 입주한 때가. 청명(淸明)을 눈 앞에 둔 4월 첫 날이었는데, 년 중 한 낮의 길이가 가장 긴 여름 한 철이 지나고 입추 처서를 지나 '이슬이 맺힌다' 백로가 바로 눈 앞이다. 하지만 한낮 더위는 여전하다. 모든 것 내려놓고 여생 삶 편하게 지내리라 결심하고 내려 왔지만, 막상 자리잡고 보니 답답하다. 그렇다고 되돌릴수 없고 천상 틈나는대로 인근 문화유적지 찾아보고 또 책들과 벗하면서 지내리라 다짐한다.
나는 소설류보다는 인문학 서적들이 취향에 맞나보다. 한 때는 삭발한 머리에 두루마기 차림으로 KBS 인문학 특강에 출연하여 동양철학을 막힘없이 쏟아내는「도올」에 혹(惑)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참여정부 시절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 온 후, 조국 자유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드는 발언을 하는 모습을 본 후로는 그에 대한 외경심(畏敬心)이 일거에 사라졌다. 북한에만 다녀오면 기존에 지녔던 성향이 왜 바뀌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요즘 나는 고전 인문학 강연과 집필로 유명세를 날리고 있는 『 고미숙』 작가에 푹 빠져 있다. '초록은 동색' 이라고 했던가! 강원도 광산촌에서 태어나 어렵사리 박사학위까지 받아 대학 강단에 설 것으로 본인도 기대했다. 하지만, 비록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전혀 다른 길을 개척하여 오히려 더 나은 삶의 모델을 제시한 작가가 너무나 존경스럽다 못해 부럽기조차 하다. 고미숙 작가와의 첫 만남은 이미 소개(20.7.9) 한 바 있는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라는 책을 접하면서 부터이다.

작가 고미숙은 프롤로그 〈디지털과 노마드- 길위에서 '길' 찾기〉에서 다름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천지만물이 생성소멸을 멈추지 않는 한, 사계절이 끊임없이 돌아오는 한, 인간은 늘 길위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선택은 둘 중에 하나다. 이미 정해진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내가 길을 열어 갈 것인가. 다시 말해 길위에서 '정주'할 것인가 아니면 길 위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인가. 길을 떠나려면 지도를 그려야 한다.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선 하늘의 별을 보라고 했다.
우리 시대의 별은 바로 '고전'이다. 「열하일기」 「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걸리버여행기」등 등 인생과 우주의 지혜를 담은 책들을 고전이라고 한다면 고전 자체가 '길'에 대한 탐구인 셈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진짜 여행을 다룬 책들이 있다. 길위에서 '길'을 찾는 '길' 자체가 주인공이자 주제인 그런 책들, 이름하여 '로드클래식' (여행기 고전) 위의 작품들이 바로 거기에 속한다.
만약 '로드클랙식'의 주인공들과 여행을 한다면? 아마 5대양 6대주를 다 넘나들어야 할 것이다. 연암 박지원, 돈키호테, 삼장법사와 그 제자들, 허클베리 핀과 조르바, 그리고 걸리버, 이들은 대체 길위에서 어떤 삶, 어떤 운명과 마주친 것일까? 그 지도를 탐사하는 것이 이 책의 기본 콘셉트라고...
작가 고미숙은 또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길위에서 '길 찾기'를 하려면 ? 먼저 묵은 것들을 흘러보내야 하고, 버불경제와 성공신화, 스위트홈의 망상들은 말끔히 잊으라" 이 말은 고미숙 작가가 몸소 겪은 至難한 고통속에서 깨달은 삶의 진솔한 가치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대해보면서 아울러 학교동기 및 지인들의 한 번 쯤은 읽어보기를 희망하면서 글을 맺는다. ***크리스탈/명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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