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올 설 명절 같은 기분은 난생 처음인가 보다. 어찌됐던 나흘간의 연휴가 끝나고 평상시로 복귀하니 일간지 신문 지면이 시선을 끈다. 근자 오피니언 란의 《최영미의 어떤 시》는 나의 단골 메뉴다. 오늘은 김명순(金明淳·1896~1951)여성 작가의 遺言이라는 詩가 소개되어 있다.
유언(遺言)
-김명순(金明淳·1896~1951)-
조선아 내가 너를 永訣할 때
개천가에 고꾸라졌던지 들에 피 뽑았던지
죽은 시체에게라도 더 학대해다오
그래도 부족하거든
이 다음에 나 같은 사람이 나더라도
할 수만 있는 대로 또 학대해보아라
그러면 서로 미워하는 우리는 영영 작별된다.
이 사나운 곳아 사나운 곳아.
이미 출판대표이자 시인인 최영미는 이 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보다 장렬한 유언이 있을까. 네가(조선이) 나를 영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영결할 때” 그만큼 주체적이고 활달한 자아를 엿볼 수 있다. 죽은 시체에게도 학대해 달라니, 자학적인 표현에서 그녀에 대한 집단 가해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된다.
평양 갑부 소실의 딸로 태어난 김명순은 진명여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공부하다1917년 최남선이 주간하는 ‘청춘’의 현상 응모에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가 당선되며 등단한다. ‘창조’ 동인으로 시와 소설을 발표했는데 일본 유학중에 고향 선배에게 데이트 강간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심한 비난에 시달렸다.
“처녀 때 강제로 남성에게 정벌 받았다”는 남성 문인들의 모욕에도 굴하지 않고 김명순은 작품집 ‘생명의 과실’을 간행했고 매일신보사의 기자로도 일했다. 최초의 여성 소설가, 근대 처음으로 시집을 간행한 여성 시인 그 찬란한 처음을 연 그녀의 마지막은 불우했다. 궁핍한 생활 끝에 일본으로 건너가 땅콩을 팔다 도쿄의 뇌병원에서 죽었다고 전한다.
'저 세상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 더니 신축(辛丑)년 새해 들어 등산 마니아인 초딩 절친(切親), 그리고 한 살 위인 손위 동서(同壻)가 갑자기 세상을 떴다. 나도 이제 남은 가족을 위한 《행복선물》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밤을 꼬박 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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