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思

소소한 ‘행복 ’ 이야기 /2021.6.16.(수)

길전 2021. 6. 16. 09:09

사람은 누구나 한 생애를 살아가면서 어제보다는 오늘 그리고 내일 더 행복해지기를 갈망하면서 삶을 유지한다. 그러나 세상사는 참으로 불공평하다. 어떤 사람은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서 평생 행복을 구가하면서 살다가 삶을 접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이와는 정반대로 평생을 고생만 하다가 안타깝게도 재해나 사고로 삶을 마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행복이란 실체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처럼 불공평 한 지?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 이참에 동·서양의 선각자 몇 분의 행복에 대한 정의를 찾아 보았다.

 

위치상 동양권에 속한 한반도에서는 고전이라고 하면 4서(논어, 맹자, 중용, 대학)와 5경 (시경,서경,예기, 주역, 춘추)을 떠 올린다. 이 들 고전 중에서 바이블이라고 한다면 응당 논어가 아닐까? 공자는 인간의 행복을 첫째, “배우고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둘째,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셋째,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노여워하지 않음은 어찌 군자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하여 행복의 요건을 배움, 친구, 3가지로 보았다. 또 공자 사후 1백년 후에 태어난 맹자는 "부모 구존 및 형제 무고, 타인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동, 영재 교육"을 군자3락이라 제시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설파한 서양 철학의 태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이 행복이라고 믿는 것에는 쾌락, 명예, , 재산4가지가 있으나 이것이 결코 행복 조건이 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매사에 넘치지도 또 부족하지도 않는 중용이 행복의 주요 요건이 될 수 있다고 제자들에게 말했다고 전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의 명저를 남긴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똘스또이는 현재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선을 베푸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정의하였다이들의 행복에 관한 정의를 종합해 보건데, 결국 행복이란 "나와 동떨어진 먼 데 있는 것이 아니고 '나' 또는 내 주변에 내재되어 있는 아주 소소한 생각과  존재"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따라서 비록 손바닥만 한 보잘것 없는 4평의 화성시민행복텃밭은 나에게 행복의 원천을 제공하는 큰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지금 그 곳 텃밭에는 제철 식자재인 쌈 채소(상추 ,아욱, 부추, 등)가 한창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그 동안 두어 차례의 나눔 행사에서 1000g 정도의 쌈 채소를 기부하고도 우리 두 내외 그리고 가까이 사는 딸네 집에서 조차 소비하기에는 양이 조금 많은 쌈 채소가 성장하고 있어 행복한 걱정이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주기도 사실 무척 조심스럽다.

 

이 이야기는 며칠 전 실제 있었던 일이다. 저녁 무렵 텃밭에서 쌈 채소를 뜯어오다가 직장에서 퇴근하는 듯한 주부와 함께 아파트 승강기를 탔다. 투명 비닐 주머니에 담겨있는 쌈 채소를 쳐다보기에 좀 드릴가요?” 하고 말을 꺼냈다.  "그러시겠어요“ 하기에 절반 쯤 되는 쌈 채소를 건넸다.  그런데 일요일인 다음날 점심 때 쯤이었다. 거실 인터폰 박스에서 신호음이 들리기에 출입문을 열었더니 바로 어제 승강장에서 함께 탔던 그 주부이다. 손수 술 빵 케이크」를 만들어 보았다면서 지금 따뜻하니 바로 잡셔 보시라면서 케-익 상자를 안긴다. 갑작스런 주부 방문으로 놀란 토끼 모습을 하던 안식구가 한마디 한다. “그 봐요 당신 좋은 뜻으로 준 상추가 오히려  부담을 줬잖아요" 하지만 내 마음은 뛸듯이 기쁘고 상쾌하다.

 

요즘, 나나 안식구나 팔십 줄에 가까워지니 자고 나면 기력이 쇠해지는 느낌이다. 지난 주말 성남시 분당 게임사에 근무하는 아들이 집에 왔다.  2km 쯤 덜어진 타운하우스 근처에 새로 장어집이 생겼다. 그래서 딸네 가족과 더불어 모처럼 장어구이 외식을 하였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라고 텃밭에서 싱싱하게 자란 쌈 채소를 뜯어서 가져갔다. 이를 본 음식점 주인은 서비스라면서 음료 캔 2개를 내놓는다. 손수 가꾼 쌈 채소에 장어구이를 싸서 먹으니 맛이 더욱  좋다.

 

어제 아침 여울체육공원에서 조킹을 하다가 병점역 근처 아파트에 사는 Y에게 문자를 띄웠다.  9시까지 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기에 다시 전화를 했다.  ‘답답하면 바람 쐴 겸 오라" 고 했더니 OK이다. 11시경 오산천변 LH 홍보관 앞 버스정류소에서 만나 곧바로 화성시민행복텃밭으로 달렸다. 쌈 채소 한 줄을 뿌리 채 뽑아 비닐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농업기술센터 실습생들이 심다가 남긴듯한 십여 포기의 감자 싹들이 눈에 띈다. 지금 심어서 먹을수는 있는지, 의문이지만 일전에 고구마 묘 심느라로 일군 옆 땅에 심으면서 내년에 텃밭 가꾸기 함께 하자고 했더니 거리가 멀고 건강이 좋지 않아 어렵다고 한다. 자가 차량 없이 교육 전문직에다 팔십 인생사를 살아 온 그가 한없이 존경스러워 보인다. 귀가 길에 「신가객잔」이란 간판이 붙은 중국 음식점에서 짬뽕-백반 메뉴로 점심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동탄에 이주하여 가장 가까이 있는 대학 동기 Y에게 쌈 채소를 주고보니 마음이 날아가듯 홀가분하다. 이것이 바로 이 글 서두에서 논한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 하면서 글을 접는다.() ***크리스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