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첫 날 아파트 단지 뒷산 구릉에서 구름사이로 뜨는 태양을 본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원단 1일 쏜 화살을 쫓아 나도 모르게 올 12월 마지막 달까지 왔다. 오늘은 12월 둘째 주 첫 월요일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여러 직업 중 최고의 학식과 덕망을 지닌 대학교수들은 교수신문을 통해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전국 대학교수 135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見利忘義(견리망의)’가 396표(30.1%)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그 다음 순위(25.5%)로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 는 ‘賊反荷杖(적반하장)’를 꼽았다고 하는 기사를 구독 중인 J신문을 통해 접했다.
‘見利忘義’ 라는 용어는 원래 논어 헌문 편에서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의미의 見利思義라는 사자성어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 말인 ‘見利忘義’가 선정된 것이다. 견리망의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J일보 '필향만리' 연재 중)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의망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 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정치란 본래 “국민을 바르게 다스려 이끈다는 뜻인데 오늘 우리나라 정치는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개인 생활에서도 분양사기, 전세사기, 보이스 피싱 등 사회가 견리망의 전시장이 된 느낌” 이라며 올해는 교육에서도 내 아이 편익을 위해 다른 아이나 선생님의 피해를 당연시 하는 사건이 많이 보도됐다고 지적했다.
국가나 개인이나 너· 나 할 것 없이 연초에는 큰 꿈을 세우고 힘차게 시작하지만 연말에 이르면 초라한 龍頭蛇尾 결과로 후회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곧 맞이할 새 해 甲辰(갑진)년에는 부디 모두가 신나고 기쁜 일이 많아 보기에 민망스런 사자성어가 아닌 보다 밝고 긍정적이며 진취적인 사자성어를 대학교수들이 선정해주기를 간곡히 바라면서 글을 접는다.(끝)
**크리스탈 힐링일기/2023.12.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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