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思

뒤늦게 깨닫는 삼사이후행(三思而後行)

길전 2024. 12. 25. 19:35

 

지구 이상 기후현상으로 올 겨울은 마냥 따뜻할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겨울은 역시 동장군(冬將軍)이다. 세모가 차츰 다가오자 영하의 날씨로 인해 식전에 하던 국민체조에 이어 마을 둘레길 걷기를 그만두었다. 대신에 해가 퍼지면 마을 이웃에 있는 <나래울 게이트볼 장>을 찾는다. 오늘도 십여 명 되는 회원들이 모여 게이트 볼 게임을 3차례 하고 헤어졌다.

 

나는 몸이 덜 풀린 것 같아 게이트볼 경기장 뒤, 구봉산 둘레 길을 걸어서 귀가하였다. 아파트 1층 출입구 복도 우편함에 고지서 봉투가 들어있어 별 생각 없이 뽑아들고 마침 열린 승강기에 올라탔다.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비로서 들고 온 봉투를 뜯어보니 뜻밖에도 10만 원 짜리 범칙금 통지서다.

 

짠물이라는 별칭이 붙은 인천에서 길이 열리는화성시로 이주 후, 처음 얼마동안은 생무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신호 및 과속을 위반하여 몇차례 동탄 경찰서에서 범칙금 통지서가 날아왔다. 하지만 살고 있는 동부출장소로부터 더구나 몸담고 있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주차위반으로 범칙금 통보를 받기는 생전 처음이다.

 

돋보기안경을 쓰고 자세히 들어다 보니 <나루마을 >딸 가족이 다니는 천주교 수원교구 동탄 반송동 성당에서 <하나님 말씀과 함께하는, 오르간 음악의 밤> 공연이 있던 날, 그 다음 날에 출고 20년이 넘는 내 차 EF 소나타 차량 차가 장애인 주차구역에 있는 사진이 붙어 있다.

 

당일 안식구와 함께 음악 공연' 을 보고, 10시경 귀가하자 주차 공간이 눈에 띄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장애인 주차구역 바로 옆 일반 주차 차량 앞에 주차한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누가 자기 차를 빼내기 위해서 내 차를 장애인 주차 구역으로 밀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범칙금 고지서에는 새해 121일 까지 범칙금 10만원을 납부하라는 내용과 더불어 혹여 '이의가 있으면 사유를 기록하여 팩스 또는 방문하라' 는 글도 적혀 있다.

<장애인 주차장> 앞에 차를 주차할 정도로 막돼먹은 인간으로 인식 당하다니! 치솟는 모멸감에 가슴에서 열불이 나서 참을 수가 없다. 우선 아파트 관리실에 가서 확인하고 싶었으나, 범칙금 통지서가 날아든 자체가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선 과태로 통지서를 보낸 관할출장소를 먼저 방문하는 것이 순리라 생각되었다. 40대쯤 보이는 여자 담당자는 증빙자료로 들고 간 <크리스탈 힐링 일기>을 보더니만 참 꼼꼼하시네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하더니 일반 차량 앞에 주차했다는 사진과 내 차를 타인이 이동시켰다는 입증이 필요하다면서 당해 관리소에 가면 녹화된 영상물이 있을 것이라고 알려준다.

 

결과는 사실대로 밝혀져 불법 주차 혐의를 벗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출장소 담당직원의 친절한 안내와 주차장내 자동 녹화영상을 확인해준 관리소 근무 직원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선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좋은 일에는 반드시 화()가 따르게 마련이라는 의미의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사자성어도 생각난다. 그리고 죽는 그 날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생각하지 말고 삼사이후행(三思而後行) 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 ()

**크리스탈 힐링일기/2024.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