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오늘로 부터 13년 전 이야기다. ‘땅속에 들어간 개구리며, 뱀들이 잠에서 깨어나 지상으로 나온 다’ 는 24절기 중 3번 째, 경칩(驚蟄) 날이라고 생각된다. 대학동기 친목모임인 <경인두리회> 총무를 맡게 되어 서울 한복판 종로3가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신·구임원진간에 업무 인계인수를 하고 있을 때였다. 윗 양복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 벨소리에 꺼내보니 식전에 동탄에 내려간 안식구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 지연이 무사하게 출산 했어요”
“그래요 산모, 아기 모두 건강합디까?”
“지연이는 1시간 정도 지나야 마취에서 깨어난다고 하네요, 아기는 체중이 3kg 정상이라고 금 서방이 말 하네 요”
“알았어요, 일 끝나는 대로 곧바로 내려가리다.”
가끔 모임에서 손자 이야기를 들을 적마다 ‘나는 언제 할아버지 소릴 듣나’ 주눅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비록 늦긴 했지만 소원을 이루었다는 생각에 몸이 하늘에 붕 뜬 기분이다. 우리 부부가 코로나 19가 한창일 때, ’짠물‘ 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인천을 뒤로하고 ’길이 열린 다‘는 화성시 신도시 동탄으로 이주한 것도 따지고 보면 두 손자를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아무튼 시간은 잘도 간다. 환갑 전에 세상 하직하신 부모님보다 10년만 더 살았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었다, 그런데 이순, 고희를 넘겨 망구의 생을 지내다 보니 오늘 외손녀 초교 졸업식에 까지 참석하고 보니 만감이 서린다. 두 살 터울 손자 녀석 졸업식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요즘 세상 많이 좋아져서 십년 정도 더 생존하면 대학 다니는 모습도 보지 않을까?
<학사보고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외손녀와 함께 졸업하는 학생이 총 207명(8학급)인데 반해 1학년은 5학급에(113명)이다. 거의 100명 정도가 줄어든 숫자다. 미래 10대 부자도시로 발전하는 화성시 동탄이 이럴 진 데, 하물며 농·어촌 지역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자식 낳아 키워봐야 부모 심정 안다’는 속설이 있다. 이따금 인륜에 반한 부모 자식 간의 끔직한 참극, ‘왕 따’ 로 인한 자살 등은 학교의 표면적인 교육과정보다는 가정의 잠재적인 교육 부재가 더 큰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여식이 ‘아기 갖기’ 소망은 우리 부부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조물주가 점지해준 우리 손자들 반듯하고 슬기롭게 자라서 자유 대한민국에서 필요로 하는 유능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갈망하면서 글을 접는다.
“우리 두 손자들, 하경·선우 파이팅!!” (끝)
크리스탈 힐링일기/2025.01.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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