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인천 길 병원 장례예식장에 다녀왔다. 경인 국도변 부평 B 초교 첫 졸업(1957년 졸) 동기 중 또 한 명이 세상을 떴다. 지난 해, 5월 인천 무의도에 모처럼 바람 쐬러 갔던 6명 중, 2 명이 다시는 영영 볼 수 없는 객이 되었다. 이제 남은 4명만이 친구 영정 앞에서 묵념을 했다.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는 속설이 있다. 맞는 말이다. 초교 동기 중 1주일이면 두 서 번씩 국내 명산을 비롯해서 외국 유명지 산행까지 다니던 나와는 무척이나 가까웠던 L는 이미 3년 전에 세상을 떴다. 그런데 그제 갑자기 세상을 뜬 K도 한국도로공사에서 퇴직 후, 자전거로 전국 트래킹을 하던 절친이다.
그런 탓에 1회 동기들 모임인 <그리움회> 회원들 전국 규모 여행 하는데 누구보다도 애를 많이 쓴 동기이다. 하지만 이 친구 평소 호흡기 계통이 좋지 않아 두어 차례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이번 죽음도 이것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배우자도 몸이 안 좋아 요양병원에서 생활한지 꽤 오래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도 1인 세대가 증가하면서 고독사가 크게 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본적이 있다. 이제 초등 동기 중, 자주 소식 주고받는 이른바 절친은 단지 네 명이다. 다음 순서는 누가 될 것인지? 한동안 말없이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네 명 중에는 이미 십여 년 전 부인이 먼저 사별하여 혼자 외롭게 생활하는 친구도 있다. 또 나처럼 허리협착증으로 고생하는 친구도 있는가 하면, 나머지 친구 하나는 지금도 직원들을 여럿 두고 공구 상을 운영하는 친구도 있다. 어찌 보면 이 친구가 제일 건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죽는 날까지 함께하는 것은 '일'과 '사랑' 이라고 쓴 글을 읽은 것이 생각난다.
또 ‘죽고 사는 문제는 하늘의 뜻’ 이란 말도 있다. 세상사 우리 주변에서 뜻하지 않은 안전사고로 명을 달리하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근자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꿈찍한 항공기 사건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오후 2시경 장례예식장을 나와 구로역에서 환승한 전동차가 마침 서동탄 행이다. 역 출구를 빠져 나오니 『동탄종합문화회관』 앞을 지나는 709번 마을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뜨고 있는 『한강』 작가 예약 소설 <소년이 온다>를 빌려가라는 문자를 어제 늦은 시간에 받은 터라, 잘 됐다 싶어 무조건 승차했다. 팔십 줄에 들어선 이후, 요즘 부쩍 독일 「요한 볼프강 폰 괴테」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노년의 삶’ 에 대해 괴테만큼 해박한 식견을 말한 사람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괴테의 명저 <파우스트>을 접한 기억이 나질 않아 빌려 집에 도착하니 또 하루 해가 저문다.
이제 나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어진 시간 동안 특히 아내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책이라도 열심히 읽고 글 쓰는 시간만이라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시간을 잘도 간다. 24절기 대한(大寒)도 지났고 머지않아 봄소식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다가오니 말이다. (끝)
**크리스탈 힐링일기/2025 1,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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