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원단 이른 새벽에 아파트 뒤에 있는 구봉산 정상에서 구름 속에 뜨는 첫 해를 바라 본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아무튼 시간은 잘도 간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스마트-폰 카톡을 여니 4월 첫날에 기쁨과 사랑 가득한 안부를 전하는 글과 영상 여러 개가 눈에 띄는가 하며, 박목월 시에 곡을 붙인 <4월의 노래>도 흘러나온다.
일 년 중 많은 꽃들이 만개하는 4월은 분명 좋은 계절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20세기 모더니즘을 이끈 대표적인 영국 시인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를 통해 “봄비가 잠든 식물 뿌리를 뒤 흔드는 4월을 일년 열두 달 중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눈으로 덮인 겨울이 차라리 따뜻하다고 했다.
5천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도 예전 고대 · 중대·근대사는 그만 두고 내가 태어 난 이후만 보더라도 8.15 광복 후, 제주 4·3사태를 비롯해서 4.19혁명 그리고 6공 이후 박근혜대통령 탄핵 원인이 된 세월호 사건 등을 비롯한 여러 사건들이 유독 4월에 많이 일어났다. 작금 국민들이 뽑은 윤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도 이달 중에 판가름 날 것이라니 아무튼 4월은 별로 달갑지 않은 달이다.
사실 나는 4계절 중 여름을 가장 좋아한다. 구지 이유를 밝히자면 살을 태우는 따가운 뙤약볕이 쪼이긴 해도 확실해서 좋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우유부단이다. 불가에 몸담고 있는 「삼한 덕비」스님께서도 「엘리엇」의 <황무지>를 보고서 ‘참 기가 막힌 문장‘ 이라고 말하면서 불교도 ’있는 그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없으면 없는 그대로 현재를 즐겁게 살아가는 그 것이 <최고의 진리>라고 쓴 글을 보았다.
이 글 쓰고 있는 와중에 카-톡소리가 나기에 열어봤더니 미국 LA에 에 이민 가서 사는 학교동기 G가 보낸 메시지가 보인다. 그는 아내와 함께 10일전 쯤 국내에 입국하여 국내 전국 시티투어를 하고 있다. “청규야 나 지금 일행들하고 화성시 동탄에 있는 음식점에서 점심식사하고 있어! 얼굴 한 번 보고 싶다" 라는 글이 떴다.
”정년퇴임(2006.8) 그 이듬 해 4월 미국 LA에 사는 G의 집에서 동기 4인이 한 달 동안 묵으면서 미국 서부 그랜드 캐-년을 비롯해서 동부 뉴욕을 비롯하여 워싱턴을 거쳐 캐나다 접경에 있는 그 유명한 나이야가라 폭포까지 여행을 했던 기억이 반추된다.
‘시집가는 날 등창난다’ 는 속담이 있다. 감자 심는 날, 씨감자에 태운 재 묻히기 위해 마른 풀잎 뜯다가 순간적으로 2미터 아래로 구르는 사고로 인해 요즘 꼼짝 못하고 있다. 하지만 수만리 떨어진 미국에서 날아 온 친구가 보고 싶다는데, 정말 난감하다. 음식점 상호와 주소를 카톡 문자로 보내줄 것을 당부하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내 차에 시동을 걸었다.
다행스럽게도 아파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외삼미동 「봄설 ·한상 음식점」이다. 처음에는 새내기 시절, G가 근무했던 학교 제자들과의 오찬 모임인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막상 나가보니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교포들로 구성된 여행단의 오찬 자리이다. 식사 후 G는 여행단과 떨어져 화성 특례시 우정읍에 있는 처가댁에서 며칠 쉬다가 다시 제주관광길에 다녀온 후, 고향에 잠시 들렀다가 곧바로 귀국한단다.
초년에는 생무지 미국에서 자리 잡느라 고생은 했지만, 지금은 틈만 나면 세계 여행을 자주 다니는그가 부럽기도 하다. 그나 나나 소중한 시간 최선 다하는 4월 아니 여생 되길 기원하면서 글을 접는다. “이제 <텃밭 가꾸기>그만하고 여행 다니라” 는 그의 이야기가 지금도 여전히 귀를 울린다. (끝)
**크리스탈 힐링 일기/2025. 4. 2(수) **
'만남(모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점노인대학> 개강식에 다녀와서... (1) | 2025.03.29 |
---|---|
인천교육삼락회의 새로운 출발! (0) | 2025.03.02 |
인천교육삼락회의 새로운 출발! (0) | 2025.03.02 |
유기장의 고장 《안성맞춤》다녀오다. (1) | 2025.02.28 |
용인특례 시 <구미 마을> 가다. (1) | 2025.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