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으면서
김청규 인교연혁신포럼 대표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했던가, 필자가 새내기교사로 교단에 발을 들여놓은 1960년대만 해도 ‘훈장의 ○은 개(犬)도 쳐다보지 않는 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곤 하였다. 그러나 근자에는 여교사가 일등 신부 감으로 자리매김하는 세태가 되었다.
아무튼 시간은 잘도 흐른다. 기축 년 원단(元旦)이 어제 같은데, 입춘대길(立春大吉) 방을 붙이는 사진과 더불어 40여 성상을 몸담았던 교정을 떠올린다.
아직은 몸이 성하고 뭣보다 쫓기지 않는 생활이 좋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늘 망망대해에서 방향타를 잃은 조각배를 탄 것처럼 허전하고 또한 불안하다. 이제 새 학기를 맞아 고양이 손도 빌리고 싶을 정도로 학교마다 분주할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옷맵시가 흩어지지 않는 것처럼 출발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금세기 세계 최고의 갑부로서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가장 많은 존경과 추앙을 받는 인물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자선단체 재단 설립자인 ‘빌 게이츠’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가 근자에 재단 설립자들에게 보낸 연례편지에서 ‘여러분의 자녀가 가장 좋은 교육을 받기를 원한다면 훌륭한 학교보다 뛰어난 선생님을 만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고 말하면서 자신이 지원하는 학교 선생님들의 개혁을 촉구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필자가 현직시절 모 장학관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하나가 떠오른다. ‘교정에 들어서면 그 학교 교장의 교육철학과 품격을 가늠할 수 있고, 교실을 드려다 보면 그 학급 담임의 교육의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학교는 그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교장만큼 변화되고, 학급 아이들은 그 학급담임만큼 큰다는 이야기다. 너무 자주 들어서 식상하리라 생각되지만 이와 유사한 교육명언이 있지 않은가!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 아마 빌 게이츠는 이 명언을 우회적으로 풀어서 재단 관련자들에게 전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는 존경받는 스승으로서 필히 갖춰야 할 덕목으로 ‘정직성’과 ‘교육 열정’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인간사에서 신뢰의 바탕은 바로 ‘정직’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불분명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공교육이 교육수요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일선 교육현장의 선생님들이 아무리 혼신의 정성으로 우리 후대들을 열심히 가르치지만 미국 유학길에 나서는 청소년들의 수효는 세계 1위고 사교육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불행스럽게도 학교교육을 부모들이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교육자가 제아무리 훌륭한 교육철학과 자질 능력이 있더라도 도덕적으로 정직하지 못하면 그가 실천하는 교육활동은 한낱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교직사회 뿐만 아니라 여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우리 일선 교육자들이 가장 시급히 서둘러야 할 교육과제는 국민들로부터 실추된 교권 즉 ‘정직성’을 회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교직생활 41년이 넘는 동안에 모두 열두 학교를 근무하였다. 열 두 학교 모두 나름대로 애틋한 사연과 추억들이 있다. 학교를 떠난 지 3년이 되는 요즘,〈교사〉-〈교감〉-〈교장〉시절의 모습들을 떠 올리며 ‘그 때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현직시절 필자는 생활신조로 삼고 있는 좌우명이 둘이 있다. 하나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고 또 하나는 其身이 正이면 不令而行하고, 其身이 不正이면 雖令不從이니라(내가 바르면 명하지 않아도 따르고, 내가 바르지 못하면 명해도 따르지 않는다)는 공자의 말씀이다.
시간은 지체되고 때로는 속이 상하지만, 참고 견디며 사심없이 오로지 아이들 생각하고 바라보면서 솔선수범하다 보면, 언젠가는 교직원은 물론 학부모들도 신뢰하고 협조하는 양상으로 변하는 사례를 몸소 체험하였다. 현직시절 주변으로부터 맘에 없는 공치사를 받는 것보다, 학교를 떠난 후에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며 외경심으로 남는 교육자가 정녕 참 교육자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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