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思

가사상담소회/행복한 가정을 위하여

길전 2009. 7. 18. 13:03

 지닌 것이라고는 오로지 "시간"뿐인 필자는 인생 후반전을 의미있게 지내기위해 나름대로 몇가지 소일거리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첫번째가 주말농장에서의 농사체험, 두번째가 평생교육 프로그램 참여와 글쓰기 그리고 틈나는대로 知友와의 행과 가사상담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글이란 본래 여러 사람이 읽기위해 쓰여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비록 미천한 글이지만 평소 저를 아는 지인들께 삼가 띄웁니다.

                                                                                                                       -크리스탈 선생-     

가사상담 所懷 /행복한 가정을 위하여

 포천 산정호수 인근에서 사슴농장을 운영하는 동창의 초대로 정말 오랜만에 고희(古稀)를 눈앞에 둔 초등학교 동창들이 모처럼 바깥나들이를 하였다. 맨주먹으로 큰 농장을 키운 동창내외의 온화한 미소와 더불어 농장 뒤편의 만개한 밤꽃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유실수 중에서 가장 늦게 꽃을 피우는 밤꽃을 보는 순간, 올 한해 기축(己丑)년도 할 일 없이 또 절반이 지나간다는 생각에 잠시 깊은 상념에 빠진다. 누구 간섭받지 않고 하루하루를 ‘화백’(화려한 白수라는 뜻)으로 소일하니 심간(心肝)은 편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하다.
2008년 6월, 협의이혼의 의사확인 사무 및 가족관계등록사무 처리지침이 개정되면서 이혼 숙려제도가 채택되었고, 미성년자가 있는 협의이혼 경우에는 양육과 친권자 결정에 관하여 상담위원의 상담을 받도록 규정되었다. 따라서 뭔가 의미 있는 소일거리를 찾던 필자가 인천지원 가사상담활동에 참여한 지가 어언 1년이 되어간다. 한 달에 두어 차례 상담을 하면서 우리나라 이혼율이 불명예스럽게도 OECD 국가 중 상위에 속하고 특히 필자가 몸을 담고 사는 지역의 이혼청구율이 우리나라 타 지역보다 높다는 사실이 당혹스럽기도 하다.
필자는 현직시절 직장 새내기 커플 또는 가까운 친구의 자녀 혼사에 주례를 선 경험이 있다. 주례사의 단골 메뉴는 ‘두 사람이 서로 좋아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어떤 고난과 불행이 닥치더라도 초심을 잃지 말고 백년해로할 것’을 신신당부하였다. 부부란 촌수가 없는 매우 가까운 관계이면서도 흡사 놓치면 깨지는 사기그릇처럼 매우 조심스런 관계라는 사실을 필자도 몸소 35년이 넘는 부부생활을 통해서 새삼 깨닫는다. 즉, 개성과 성장배경이 다른 두 선남선녀가 만나서 백년해로하기가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는 말이다. 본래 인간이란 양면성을 지닌 존재라 잘 하는 것이 있으면 반대로 못하는 것이 있고, 또 한 쪽이 차면 한 쪽은 비어 있게 마련이다. 부부관계를 흔히 영어로는 ‘커플’이라고 하는데, 이 용어는 ‘한 쌍’이라는 뜻도 지녔지만 ‘협력하다’라는 동사의 뜻도 함축하고 있다.
부부가 동고동락하면서 모든 것은 변하고 바뀌어도 오직 하나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정녕 부부간의 ‘사랑’과 ‘믿음’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도 그의 명저 『인생론』에서 ‘행복이란 현재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선(善)을 베푸는 것’이라고 설파하였다. 즉 행복의 요체는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때 장안?화제로 회자되었던 법륜스님도 그의 주례사에서 서로 좋아서 결혼해 놓고 결국엔 갈라서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덕 보자는 심보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손해 볼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이 아내는 남편에게 덕 보고자 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덕 보겠다는 마음만으로 결혼해서 살다보면 갈등이 잉태하고 결국은 싸우게 되고 싸움이 지속되다보면 끝내는 이혼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정의 부부는 정말로 심각하게 생각할 것이 또 하나 있다. 가정은 가족구성원들이 행복을 공유하는 보금자리이자 국가발전의 초석이다. 부부가 연을 끊는다는 것은 행복의 보금자리인 가정을 해체함을 뜻한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불행의 상처를 물러주는 것이다. 매주 주말 저녁에 방영되는 ‘KBS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에서 ‘용서의 시간’은 갈등을 빚은 부부들이 꼭 한 번 시청하기를 권장한다. 이혼으로 인한 가정해체로 밝고 맑게 성장해야 할 자녀들의 가슴에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는 누가 보상할 것인지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부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삶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가정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필연적인 책무가 있다는 사실을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성급하게 생각하거나 판단하지 말고 적어도 세 번 이상 심사숙고한 연후에 행동에 옮기라는(三思而後行) 경구(警句)가 떠오른다. 시작하기보다 유지하기가 더 힘든 것이 결혼생활이며 부부관계다. 거친 인생행로를 가다보면 즐겁고 기쁜 날보다 어렵고 힘들고 짜증나고 고통스런 날이 더 많다. 이럴 때, 초심을 잃지 말고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에서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와 인내심이 절대 필요하다. 때로는 ‘같이’, 때로는 ‘따로’의 위치를 서로 인정하면서 참고 견디면서 부딪다 보면 엷어졌던 부부의 정도 다시 돋아나지 않을까. 그래서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도 있지 않던가!
                                                                                            김청규/인교연혁신포럼 대표

'세상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사체험 소회  (0) 2009.10.10
식물과 이야기 하며  (0) 2009.08.03
젊게 사는 법  (0) 2009.06.16
촌지(寸志) 소회  (0) 2009.05.12
새 학년도를 맞는 소회  (0) 2009.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