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동 농장 가는 길
죽은자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지요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놓습니다.
- 이하 생략-
시를 웬만큼 접한 사람이라면 T.S. Eliot(엘리엇)의 '황무지'에 나오는 시(詩)라는 것을 금방 눈치 챘을 것입니다. 솔직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일년 열두 달 중, 4월을 탐탐해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 변덕스럽다 못해 요사스런 날씨 때문입니다. 초여름 같은 날씨를 보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매서운 바람과 함께 진눈깨비가 쏟아져 일찍 핀 봄꽃을 시샘합니다. 친구를 사귈 때 '益者三友 損者三友' 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 과 같은 4월의 날씨 정말 싫습니다.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고희를 지나면서 밥 숫갈만 놓으면 온 몸이 녹족지근하면서 눈이 감깁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끌고 서운동 농장으로 향합니다. 근자에 생태하천으로 새로 태어난 서부간선수로를 지나 서운동 BRT도로부터는 벗꽃 꽃길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예년보다 일찍 핀 벗꽃들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페달을 밟다 보니 길 건너 지난 해 9월 아시아인들의 경기가 개최되었던 계양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양궁경기장 입구에 겨우내 볼 수 없었던 는 예쁜 봄꽃들이 손짓을 하는 것 같아 다가가서 디카에 담았습니다. 양궁 화살촉과 모형 배 안에 심어져 있는 꽃들이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농장에 도착하여 며칠 전에 파종한 씨앗들을 살펴보니 신기하게도 파란 강낭콩 싹이 인사를 합니다. 원형생장(元亨生長)의 계절이 불원간 찾아와 농장을 풍성하게 채울 것을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부자봉 시니어기자/김청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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