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前生)에 어떤 인연(因緣)이 있기에...
농사 일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보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 제격입니다. 감자를 캔 자리에 서리태(콩)를 심을 요량으로 서운동 텃밭으로 향했습니다. 텃밭에 도착하니 농막안에서 개가 불쑥 나타납니다. 기지개를 한 컷 펴더니 슬슬 자리를 피합니다. 안식구가 챙겨 준 짬밥을 플라스틱 용기에 쏟아놓습니다. 하지만 눈치가 8단인 '누렁이'는 몹시 시장할턴데도 선뜻 달려들지 않습니다. 아직은 경계의 빛이 역력합니다.
올 봄이었습니다. 내 텃밭 바로 옆 농막속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농막안에다 개를 사육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일을 하다보니 농막을 빠져나온 2마리 개(한 마라는 검은 색, 또 한 마리는 노란계통)가 흡사 새장을 탈출한 새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닙니다. 그러고 나서 한 달 가량 지난 어느 날부터 검은 강아지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농막에서 개를 키운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안사장이 개를 치웠다는데 그만 한마리(누렁이)는 놓쳤다는 것입니다.
아마 다른 짐승 같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딘가로 도망쳐 버렸을 것 같은데, 이 누렁이는 이 곳을 떠나지 않고 배회하고 잇으니 알다가도 모를 사실입니다. 근자에는 아예 내 농막 마루바닥에서 지냅니다. '측은지심' 이 생긴 나는 매주 토요일 두리회 동기모임 때마다 남은 음식을 얻어다 줍니다. 초등동기들 서넛이 텃밭에서 삼겹살 파티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 동기 하나가 '자기 집에서 키우고 싶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에 응할 생각이 없습니다.
뜬금없이 불가에서 말하는 윤회설이 생각납니다. '전생의 선업(善業) 또는 악업(惡業)에 따라 사람이 죽은 후에 동물로 다시 환생한다' 이야기 말입니다. 작은 벌레들 조차 살생을 금하며 육류로 된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는 이른바 만물평등사상이 불교의 기본 사상이 아닌가 추론해봅니다.
오늘은 매월 3째 목요 모임(일명,오성회)이 있는 날입니다. 계양구 다남동에서 귀농의 생활을 하고 있는 회원 鄭교장 농장을 방문하고 인근 역골가든에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먹고 남은 오리백숙을 챙겨 귀가 후에 또 자전거를 타고 밭으로 갑니다. 전생에 무슨 연(緣)이 있기에 이 정성인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크리스탈***
-서운동 텃밭 농막-
-벗이 된 누렁이-
-다남동 역골가든 모습-
-오성회를 이끄는 동기 L와 농장주 J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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