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에...
10월 마지막 날인 31일은 참 바쁜 날이었습니다. 우선 올 초, 초등학교 동기(부개초 1회)들이 늦가을 남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기 위해(2박3일) 출발하기로 예정된 날입니다. 하지만 주민과 함께하는 지속 가능 발전도시 부평을 위한 '0.74℃' 녹색생활 실천 우수사례발표와 겹쳐 만부득이 참석할 수가 없습니다.
예약한 여행비(35만원)가 너무 아까워 안식구를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부천 송내역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새벽녁부터 내린 비로 송내역 광장이 너무 혼잡하여 안식구를 내려놓고 귀가하여 조반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서운동 텃밭 지킴이 '누렁이(새끼 포함)' 밥을 갖다주었습니다. 그리고 오전 10시부터는 '부평愛 샘길따라 교육 프로그램에 의거 부평문화원에서 제공하는 25인승 버스를 타고 굴포천 하류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김포 신곡리 양·배수장을 탐방하였습니다. 솔직히 마음은 오후에 있을 '녹색실천 사례' 발표에 쏠려 탐방 일정이 빨리 종결되기만을 바랬습니다. 오후 1시에 탐방 모든 일정이 끝난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오후 3시, 부평안전체험관 (4층) 대강당에서 개최된 '0.74℃' 녹색생활 실천 우수사례 발표자(1차 서류 심시 통과)는 6명(개인4, 단체2)입니다. 제비 뽑기를 통해 맨 끝에 발표를 하였습니다. "흙에서 행복을 찾다" 는 주제로 응모 당시 제출한 원고량은 A4용지 5쪽 분량(사진 포함)이었으나 5분 내외로 발표시간이 정해져 있어 원고내용을 줄여서 이야기 하였습니다. 평가단은 오늘의 특별 강연자(박병상강사)와 참석한 방청객들입니다.(최우수1, 우수2, 장려3)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사례발표에 참석한 지인은 단 2명뿐인데 '최우수' 수상을 받게 될줄이야!! 정말 꿈만 같습니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一切唯心造)는 불가의 말씀과 평생 좌우명으로 가슴에 담아 온 사자성어 '窮 즉 通'('간절히 원하면이뤄진다')이 하늘에 통한것 같아 정말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혹여 지인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074℃' 녹색생활 실천사례' 발표 원고를 소개합니다. ***크리스탈***
흙에서 ‘행복’을 찾다.
부평구 삼산1동 주민/ 金淸奎
‘오뉴월 볕도 쬐다 나면 섭섭하다’는 말이 있다. 다람쥐 쳇 바퀴 돌리는 것과 같은 단조로운 생활에서 벗어난 얼마동안은 몸이 흡사 새털처럼 가볍고 기분도 좋았다. 지인들과 산행도 하고 또 틈틈이 지역 평생교육기관에서 개설하는 건강강좌 및 만사성(萬事成) 학습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재미가 쏠쏠 하였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차고 넘치는 시간을 소진하기가 버겁다. 한동안 뒤도 돌아보고 싶지 않던 교정에서의 모습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반추(反芻)되어 오버랩 된다.
형제처럼 터놓고 지내던 퇴임 선배는 ‘노년이 유복(裕福)하려면 건강은 기본이고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안전 책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끝으로 자기 취향에 맞는 소일거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노년의 행복은 현직시절 얼마큼 관심을 갖고 미리 준비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여유가 있으면 땅이나 상가 등 부동산에 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귀띔한다. 하지만 젊어서부터 재테크와는 아예 담을 쌓고 살아 온 나로서는 선배의 고언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나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이순이 지나 고희를 넘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큰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본적이 없다. 두 번째 노후생활을 위한 경제적 문제도 그렇다. 퇴직연금수당이 매월 25일이면 통장계좌에 또박또박 입금되고 있으니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다만 궁색한 가정의 5남매 중 맏이가 되다보니 문화적인 여가활동에 심취할 여유가 없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다 보니 퇴임 후에 철철 넘치는 시간을 어떻게 소진할 것이냐? 가 가장 큰 문제였다. 솔직히 골프여행을 떠나는 퇴임동기들을 보면 부러운 생각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뒤늦게 골프를 배운다는 것도 겸연쩍고 또 자존심도 허락하질 않았다.
‘궁(窮하)면 통(通)한다’ 고 했던가. 부천 상동에 사는 교직동기가 농사체험 해볼 생각 없느냐? 는 제의에 따라 농사일을 시작한지 어언 3년 째 된다. 요즘은 하루라도 주말 농장의 작물과 눈 맞춤을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기분이다. 봄 가뭄을 해갈하는 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셔 농장 인근 ‘서운종묘장’에서 가지, 토마토, 오이, 호박 고추, 등을 구입하여 이식한 것이 이틀 전이다.
“여보, 이른 새벽 어딜 가요?”
“답답해서 바람 좀 쐬고 오리다”
“길 미끄러울 텐 데, 자전거 조심 하세요”
인적이 뜸한 경인고속도로 토끼 굴을 빠져나와 서울 화곡동 방향으로 뚫린 서운동 외곽 도로를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은 정말 상큼하다.
농장에 들어서니 어제만 해도 축 늘어져 있던 어린 묘들이 단비에 기운을 차려 싱싱한 모습으로 반긴다. 현직시절 ‘완벽주의자’ 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던 나는 농사일을 하면서 ‘농업전문인’이라는 새로운 닉네임이 또 하나 붙었다. 본래 논(畓)이었던 땅을 지하철 공사장에서 나온 흙으로 복토한 밭(田)이라 비가 조금만 와도 신발에 진흙이 찰떡처럼 달라붙는다. 반대로 며칠 가물다 싶으면 벽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그야말로 척박한 토질이다. 우선 도랑 쳐서 물길내고 밑거름 듬뿍 뿌려 뒤엎느라 얼굴은 자외선 태양에 그을리고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는 것은 그나마 약과다. 생각지도 않은 허리통증으로 동네의원에서 1주 이상 물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농사일을 접하면서 터득하거나 깨달은 사실이 적지 않다.
우리 선조들이 천하대본(天下大本)으로 중히 여겼든 농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원초적인 욕구인 먹을거리를 충족시키는 귀중한 산업이다. 따라서 농부는 그 어떤 직업보다도 존중받고 우대되어야 한 직종이다. 농사를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물, 잡초, 벌레와의 전쟁이다. 이 3가지 적(敵)과의 싸움에서 하나라도 진다면 그 해 농사는 허탕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땅만큼 정직한 것도 없다. 주인이 정성을 들여 땀 흘린 만큼 반드시 되돌려준다. 어쩌면 내가 40년 동안 실천해 온 ‘가르치는’ 일과 결코 무관치 않다는 생각에 나는 오늘도 호미자루를 잡는다.
밭일이라면 손사래를 치던 안식구도 구릿빛 얼굴이 된 지아비가 안쓰러운지, 아니면 노후에 모든 것 접고 여필종부(女必從夫)로 살아가는 것이 심간 편하다고 생각되었는지, 속내는 알 수 없지만 근래에는 종종 따라 나선다. ‘백짓장도 맞들면 가볍다’는 말처럼 혼자보다는 둘이 하면 제초작업이 한결 수월하다. 이런 날은 아내 뒤 꼭지가 유난히 사랑스럽게 보인다. 30대 초, 안식구와 혼담이 오갈 때 사주를 보고 오신 어머니께서 ‘황선생과 인연 맺으면 초년고생은 좀 하더라도 말년(末年)이 좋다’ 고 하시며 흡족해 하시던 모습이 상기된다. 건강관리도 농사체험만한 것이 있을까! 식전에 일어나 농작물과 인사 나누고 귀가해서 방금 뜯은 싱싱한 상추, 쑥갓에 쌈장 얹어먹는 조반은 꿀맛 그 자체이다.
또 농장에 드나들 적마다 나의 두 발이 되는 자전거는 유산소운동의 일등 공신이다.
어디 이뿐인가. 자전거 타기가 빌미가 되어 하나뿐인 지구 지키기 위한 그린스타트 인천네트워크 회원으로 가입하여 저탄소 녹색도시 조성을 위한 모니터링과 더불어 생활 자전거 축전행사와 인천 녹지축 시민걷기에도 참여하였다. 또 근자에는 부평문화원에서 주관하는 어르신문화강좌 ‘부평愛 샘길 따라’ 강좌를 수강하고 학교의 요청이 오면 직접 해설도 한다.
토지(土地) 저자 『박경리』작가가 서울의 안락한 생활을 접고 척박한 강원도 치악산 자락에 터전을 마련하고 식물들과 대화하다 소천(所天)한 연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뒤늦게 시작한 농사체험을 통해서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깨닫고, 부부애(愛) 진하게 느끼며 건강관리 저절로 되니 이것이야 말로 흙에서 행복을 찾은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트리플(Triple) 행복이 아닌가 생각한다.(끝)
서운동 텃밭의 농막 모습
텃밭 출입용 생활자전거
'자연과 함께 걷고 싶은 굴포천'에 대한 교육(영천초교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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