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思

[스크랩] 나는 실버, 지금이 좋다.

길전 2017. 7. 14. 04:13

나는 실버, 지금이 좋다.

                                          

이 글은 부평구평생학습관에서 발행한 평생학습지 ON(2017.6.30)에  게재된 글입니다.  

                                                                                             ***크리스탈*** 


 

노년이 유복하려면 적어도 3가지 조건은 충족되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첫째다. 노년기에 건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노후를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수입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빈고에 시달린다. 셋째. 나름대로 취향에 맞는 소일거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노년기 실버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조건들이다. 

 

  고희를 지나 망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나는 '조물주는 참 공평하다' 는 생각을 한다.  궁핍한 가정 5남매 중 장자로 태어난 나는 정말 어렵게 ·고교시절을 보냈다. '선생의 은 견()도 쳐다보지 않는다는 초등학교에서 장장 40여년간을 지낸 것도 따지고 보면 가정환경과 무관치 않다. 그런데 막상 정년퇴직을 하고 백수가 되고 보니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백짓장보다 더 깨끗한 심성을 지닌 아이들과 생활한 때문인지 아직도 사지(四肢)가 멀쩡하다. 게다가 매월 25일이면 통장에는 생활비가 또박또박 입금된다. 문제라면 오직 하나 확실한 소일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퇴임 후, 얼마동안은 외국여행도 가고 또 지인들과 산행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또 틈틈이 관내 평생학습기관에서 운영하는 만사성 학습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지만  마음은 여전히 구멍 뚫린 풍선처럼 허전하다. 이 쯤 우연찮게 부평구청에서 발행되는 구정신문 「부평사람들」을 통해 부평학 스토리텔러를 모집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부평은 태어나고 성장해서 지금까지 몸담아 온 나의 온전한 삶의 터전이다. 지금도 가끔 유·초년시절 부평 벌 한가운데를 흐르는 수로에서 멱 감던 추억이 눈에 선하게 반추되곤 한다 부평은 구()한말 까지만 해도 동으로는 서울의 양천·금천, 서쪽으로는 황해만, 남으로는 안산, 북으로는 김포 · 통진까지 아우르는 큰 고을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경인선이 개통되면서일본육군조병창이 세워졌고 8.15광복 후에는 그 자리에 미군에스컴 시티가 자리 잡았다. 그리고 육·칠십년 대에 경인고속도로와 더불어 수출 공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어 현재의 부평도시가 형성되었다. 이런 연유 때문인지 현직시절 인천·부평사람들은 애향심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다. 따라서 앞으로 부평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 갈 후대 특히 어린새싹들에게 '내 고장 부평을 사랑()하는 마음을 싹틔워주는 일' 이야말로 노년기를 살아가는 나에게 있어 최적의 소일거리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4개월간의 기초과정에 이어 심화과정을 수료하고 위촉장을 받은 것이 20148월이다.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역사교육 특히 또 향토사는 많이 듣는 것 못지않게 직접 찾아가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간을 내서 승용차를 몰고 부평관내 역사문화탐방을 시작하였다. 서구 대곡동 고인돌 유적지를 비롯하여 고려 조선조 명문가() 사적지를 찾아다니면서 디카에 담았다. 알려지지 않은 비지정 문화유적지를 찾아다니다 보니 재미있는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더군다나 개발붐이 한창인 양·서구지역은 형질 변동이 많아 관심이 없으면 모르고 지내는 주민들이 많다. 인근에 차를 세워놓고 물어보면 그런 곳이 있나요?’ 하면서 오히려 되묻는다차라리 이 것은 낫다. 엉뚱한 곳을 일러주는 바람에 산속을 헤매며 고생한 적이 여러번 있었다. 또 어렵사리 찾아 낸 사적지가 안내판도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을 볼 때는 솔직히 화도 났다·나 할 것 없이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리다 보니 선조들의 얼과 정신이 담겨있는 소중한 문화재에 관리에 너무 소홀했던 것이 아니가? 하는 자괴감도 든다

 

근자들어 부평의 문화교육 중심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삼산동 굴포로에 위치한 모 학교에서 스토리텔러 활동을 마치고 교실을 나오는데 여자 아이 하나가 뒤쫓아 나오더니 종이쪽지를 내민다.

이게 뭐니?”

집에 가서 보세요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실로 들어간다. 이내 돌아선다. 궁금해 차안에서 쪽지를 펴보았다.

부평역사를 재미나게 이야기해주셔서 고맙다는 요지의 글과 더불어 내 모습이 그려져 있다.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한다.  오늘은 정말 기분이 '짱~한' 날이다.(끝)



출처 : 경인두리회
글쓴이 : 김청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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