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이기는 장사 없다'는 말이 한창 일에 파묻혀 지낼 때는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이 말이 가슴을 아프게 저민다. 단적인 예로 우선 하나만 소개하면 이렇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취향에 맞다 싶은 책은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다 읽어야 속이 후련했다. 그런데 요즘은 책, 아니 정기 구독하는 신문만 들어도 요상하게도 눈이 감긴다, 지난 주 초에 동탄복합문화센터에서 빌려온 두 권 중, 한 권은 지금껏 펼쳐 보지도 못했다. 어디 이뿐인가! 식전에 동탄여울공원을 한바퀴(대략 1600M) 걸으면 힘이 부친다. 앞으로 얼마나 살지 모르지만 나날이 쇠약해지는 체력을 생각하면 정말 남은 삶이 걱정이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고 하는 말이 있긴 하지만 심성이 착한 국민들 왜 이다지도 힘들고 짜증나게 하는지? 그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느 해보다도 긴 장마에 쏟아붓는 물 폭탄으로 한반도 20여 지자체에 보기 딱한 상처를 남기고 물러갔다. 이번에는 주춤하던 '코로나19' 가 또다시 기승을 부려 최근에는 1일 400명에 가까운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번 홍수 피해는 '4대강 보' 건설이 문제라고 제기하더니만, 근자 코로나 팬데믹현상은 8.15 광복절 집회와 모 교회 때문이라고 둘러되니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번 주중에는 강력한 태풍 "바비' 가 한반도 중심부를 관통할 것으로 예측하다는데 혹여 큰 피해라도 남기면 어떤 탓을 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속이 너무 상해서 안식구를 차에 태우고 일전에 혼자 다녀 온 오산시 지곶동에 위치한 독산성(禿山城)과 세마대지(洗馬臺地)를 찾았다. 독산성은 사적 제 140호로 지금도 일부 산성의 복원작업이 진행 중이다. 기록에 의하면 원래 백제가 쌓은 고성(古城)이라 한다. 임진왜란 당시 의주까지 파천했던 선조가 명나라 원군과 호응하여 수도 한성을 수복하고자 2만명의 군사로 이 곳 독산(禿山)성에 진을 치고 왜병과 대치하였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이끈 왜군은 이 벌거숭이 산에 물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탐정 군사에게 물 한 지게를 산위로 올려 보냈다고 한다.
그러자 권율장군은 왜군의 의도를 꿰둟어 보고 백마를 산위에 끌어올려 흰쌀을 말에 끼얹어 말을 씻는 시늉을 하게 하였다. 이것을 본 왜군은 성내에 물이 많은 것으로 알고 퇴각하였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는 독산성과 세마대지다. 산 정상에는 이승만 대통령 친필의 洗馬垈라는 현판이 붙어있는 누각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세마(洗馬)' 라는 이 지역 지명이 무척 궁금했는데, 안내판에 적혀있는 해설문을 읽고서 의문이 해소되어 너무나 기쁘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주말이라 그런지 탐방객들이 많다.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국난시에는 진정한 애국자가 나타나 나라를 구한 현장을 찾아보니 불편했던 심기가 조금은 진정된다. 우리 국민 모두가 근심 걱정없이 생활하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하면서 귀가하였다.
***크리스탈/명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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