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 라는 속설이 있다. 초년고생은 좀 했지만 아무튼 고희(古稀)를 넘겨 팔순이 되도록 생존하다보니 참 살기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얼마 전 끼지만 해도 난해한 사자성어나 신조어를 이해하려면 두꺼운 국어사전이나 백과사전을 들춰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면 간단히 해결된다. 예전 어르신들이 말하는 오복(五福)의 뜻을 정확히 알기위해 스마트폰에 검색하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음과 같은 해설 문자가 뜬다.
『오복(五福)이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이루는 말이다. 유호덕(攸好德)과 고종명(考終命) 대신 귀(貴)와 자손중다(子孫衆多)를 꼽기도 한다. 명(命)을 마칠 때, 선(善)하게 떠나느냐, 욕(辱)을 먹고 떠나느냐의 차이가 인생의 큰 복이라 하여 고종명(考終命)을 오복(五福)의 하나로 친다』
동탄에 이주하면서 열 번째 임플란트 시술을 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처럼 치과에 자주 드나든 사람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갑작스레 치아가 탈이 나서 초딩 동기들 여행에 빠진 것만도 두어 번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평소 치아관리에 소홀하였다는 증표다. 시술 한 달 만에 치과엘 갔다. 예전에 장년이라 칭하던 오·육십대를 후기청년(원장)이라 한다. '임플란트 시술이 잘 되었다' 고 하던 원장이 왼쪽 아래 치아 하나를 툭 건드리면서 '괜찮은가요?' 하고 묻는다. '조금 이상하다' 고 했더니 '썩었네요' 하면서 손거울로 보란다. 그냥 두면 '조만간 신경치료를 하거나 아니면 발치해야 할지도 모른단다.

이 번 임플란트 시술을 끝으로 다시는 치과를 찾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이게 무슨 날 벼락이란 말인가! '울면 겨자 먹는 심정' 으로 더 이상 치아가 상하지 않도록 예방치료를 또 받았다. '혹여 통증이라도 느끼면, 진통제라도 드셔야 할 것' 이라고 간호사가 일러준다. 치아 건강을 흔히 '5복 중에 하나' 라고 말한다. 인간의 본능 중 으뜸인 것이 바로 『식욕』이란다. 먹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하려면 잘 먹어야 하고 치아가 튼튼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치아가 부실해서 잘 씹지 못하면 영양 불균형이 될 뿐 아니라 인지 기능이 떨어져 치매도 따라온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치주질환을 일키는 입속 세균은 온 몸을 돌며 심장· 폐 · 췌장을 망가트린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면서 치아가 부실해지는 건 피할 수 없다. 눈 감는 그 순간까지 몸에 탈이 나면 고치면서 살고자 하는 것이 모든 이들의 人之常情이다. 귀가하면서 '나이 먹어 수중에 돈 떨어지면 죽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그동안 우습게 생각했는데, 그게 크게 잘못된 생각임을 깨닫고 이 글을 쓴다. ***크리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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