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독서)

MZ세대가 말하는 노년, 닮고 싶지 않은 ‘셋’ & 닮고 싶은 ‘셋’

길전 2021. 7. 14. 13:51

 

오늘(2021.7.14) 신문에서 이목을 끄는 기사는 A16 문화면의 “MZ세대가 말하는 노년, 닮고 싶지 않은 ‘셋’ & 닮고 싶은 ‘셋’ ”이라는 글이다. 간호사로 일하다 작가로 변신한 30대 비혼 여성이 쓴 기사 내용이  팔순을 눈앞에 둔 또래의 실버들에게는 '약' 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소개한다.  작가는 우선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를 글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공자 가라사대,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걸어가면 그 가운데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하였다. 그의 가르침을 따라 주변인을 가만히 살펴보면 배울만한 모습과 닮아서는 안 된다고 여겨지는 모습을 잘 기억해 둔다. 그러고는 그것들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기록해 두었다가 이따금 확인하며 자율 학습을 한다.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르신까지, 세상에 스승 아닌 사람 하나 없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중·장년의 모습 몇 가지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 이렇게 나이 들고 싶지 않다

 

①배우자 험담하기

아저씨들이랑 술잔을 기울리다 보면 꼭 이러한 속내를 꺼내 놓으신다. “내가 원해서 결혼한게 아니라 장남이라 등 떠밀려 한 거야” “의리로 사는 거지 좋아서 살겠어?”  "나 각방 쓴지 오래 됐다“ 그러고는 당신 아내를 요모조모 헐뜯기 시작한다. 아는 사람 욕이라야 신이 나서 맞장구를 칠 텐데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험담을 듣는 일이 영 지루하기만 하다. -중        략-

없는데서 나라님도 욕한다는데 뭐 어떠냐고 생각하신다면 그야말로 오산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맘말은 쥐가 들으며 혼잣말은 블랙박스가 듣는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마시길...

 

②어리다고 무례하게 대하기

지금은 작가 행세를 하고 있지만 한 때는 간호사로 일했었다. 대부분은 나를 “간호사님”이라 부러 주었으나 유독 중년의 환자들은 “아가씨” “어이”하는 식으로 호칭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이를 먹으면 깜빡 깜빡 한다더니 적절한 호칭이 떠오르지 않아 멋대로 부르는 걸까? 좋게 생각해 보려 했지만 그런 분들은 대체로 ‘진상’에 가까웠기에 그저 교양이 부족한 탓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 하    생 략-

③주말에 등산하자 강요하기

함께 일한 지 십년이 넘는 출판사 대표님이 갑자기 안경을 쓰셨다. 평소보다 행동도 젊잖아 보이기에 “지식인 코스프레 중이세요?" 물었더니만 ”노안이다‘ 인마! 하며 쓴 웃음을 지으셨다.

-중     략-

그는 자기만 아저씨가 되기는 억울했는지 나까지 중년의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다. 지인들과 주말마다 조깅을 하는데 날더러 거기에 나오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주말에 봐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정색했더니만 요즘 들어 눈물이 많아졌으니 매몰차게 굴지 말란다.

-이 하    생 략-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①말 안 듣는 몸 다스리며 꾸준히 운동하기

숨쉬기 운동밖에 할 줄 모르던 내가 필라테스(요가) 그룹 수업에 등록했다. 요상한 기구에 매달려 몸을 꺾고 있노라면 흡사 고문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어쩜 다들 그리도 유연한지 죽상을 짓는 사람은 오지 나 뿐이다. 돈 낸 데까지만 다니고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이 깊어가던 어느 날, 형광 빛깔 레깅스 차림의 어머니 한 분이 수업에 들어오셨다. ‘고수의 등장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열심히는 움직이지만 거의 모든 동작을 따라하지 못하는 그녀였다. 그러나 어머님은 주눅 들 지 않았다. “아유, 선생님! 저 이게 잘 안 되는데요!” 그녀가 구원의 손길을 요청할 때면 삭막했던 교실에 화기애애한 웃음이 감돌았다. 어느새 수업을 들은 지 반년이 되었다. 운동이라면 손사례을 치던 내가 여태껏 그만두지 않을 수 있었던건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준 그녀 덕이 크다. 

 

②늦었다 생각 않고 꿈 펼치기

우리 동네 24시간 스퍼마켓은 온 가족이 돌아가며 교대 근무를 한다 아저씨나 아드님이 아닌 아주머니가 계실 때 장을 보러 가면 특히 즐겁다. “일,이,삼,넷,오, 육칠여덟! 거스름돈 팔천만원 여기 있습니다.! 남이 하면 써렁할만한 농담이 아주머니의 입을 거치면 윤기가 돈다. 소싯적 개그우먼이 되고 싶었다던 그녀, 그렇게만 됐다면 이영자와 자웅을 겨룰 인물이었음이 틀림없다. 한번은 내가 계산대 앞에 선 줄도 모르고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시기에 무얼 하시냐 물었더니 그제야 고개를 들고 말씀하시길 ”응 유튜브! 박말례 할머니의 뒤를 잇는 유튜브 스타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채널에는 수퍼마켓에서 파는 물건을 소개한다든지 지나가는 고양이와 대화를 시도하는 영상이 올라와 있다. 나는 그녀의 구독자가 팔천만 명이 되기를 기원하며 구독버튼을 꾹 눌렀다.

 

③노안 극복하고 책 가까이 하기

아빠의 몸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모를 종양이 생겨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아빠는 수술도 받기 전에 제멋대로 악성 종양이라는 진단을 내리고서는 마지막 잎새를 헤아리듯 창밖만 내다보았다. 그러지 말고 책이라도 들여다보시라는 나의 말에 월간조선을 사다 달라 청하시기에 기껏 가져다드렸더니만 금세 내려놓으며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닌가? “영 안 봬!” 노인의 눈은 글을 읽는데 생각보다 큰 노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 후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어르신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찡그린 눈으로 책을 읽느라 미간에 잡힌 주름도, 책장을 넘기는 건조한 손끝도, 안경을 연신 올렸다 내렸다 하는 분주한 자세마저도 멋들어져 보인다. 

 

*후기

이 글을 읽는 동안 나 자신도 모르게 귀밑이 달아 오른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들에게서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더 예민하게 찾아 보면서 살아 온 것이 아닌가? 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이제 남은 삶은 하나라도 좋은 점 더 많이 찾아내어 그래서 더 격려하고 사랑하고 또 우러러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글을 맺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