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思

동짓날 필봉산 둘레길을 걸으면서.../2021.12.22.(수)

길전 2021. 12. 22. 18:28

오늘(22)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절기 동지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정 짧은 날이다. 신문에 '동짓날에는 자고로 액운을 물리치는 팥죽을 먹었다' 는 기사와 더불어 신도들이 사찰에서 팥죽에 들어가는 새알심을 빚고 있는 사진이 올려져 있다. 안식구는 딸네 집에 들렸다가 용화사 법회에 갈 것이라는 말에 나도 함께 따라나섰다.

 

일찍이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종교사상가인 파스칼은 인간은 가장 나약한 갈대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는 글을 언젠가 접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의 능력 또는 의지로 해결하지 못할 어려움에 부딪거나 또는 나이가 들어늙으면 어떤 초자연 힘에 의지하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소싯적에는 종교와는 담을 쌓고 살던 안식구가 육십을 넘기자 뜬금없이 절에 나간다.

 

나날이 변화하고 있는 경기 화성시 동탄에 이주 후에도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필봉산(筆峰山)자락의 동탄 용화사 법회에 참석한다. 그 때마다 안식구를 데려다 주고 나는 오산시 외삼미동과 화성시 금곡동의 경계를 이루는 둘레 길(4km)을 걷는다.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산은 낮지만(정상 144.2m) 형세가 마치 '붓의 끝 모양과 같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오늘은 평소와는 달리 산 정상 반대  방향, 은계약수터 쪽으로 걸었다.  금반봉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진 오르막을 스틱에 의지하면서 힘들게 오르는데  스마트 폰 전화음이 들린다새내기 교사시절, 오지 가평에서 3년간 연이어 가르쳤던 제자다. 지금은 서울 모처에 설비공사 사무실를 차려놓고 수도권 지역의 건설 내지는 수리 공사를 맡아 하는 사장이다.  

 

선생님 남궁 영입니다.”

웬일이야! 하는 일은 잘 되고...”

선생님 덕분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선생님 생각나서 전화 드렸습니다. 건강하시죠?

조금 불편해, 아플 때도 되었지, 며칠 있으면 80인데. 건강하길 바라는 것이 욕심이지!”

(중략)

 

이 나이에 가족 말고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제자)이 또 있다는 사실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동양 5현(賢) , 한사람인 맹자가 君子三樂의 하나로 得天下英才而敎育之라고 한 까닭을 생각하면서 걸으니 하나도 힘들지 않다. 사찰 용화사에서 주는 공양 (팥죽)을 받아들고 귀가 하다가 딸네 집에서 시식하였다.

 

불원간 새롭게 맞이 할 새 해, 임인(壬寅)년에는 제발 무탈하기를 바라면서 먹는 별식 메뉴 '팥죽' 이라 그런지 유난히 맛이 좋다.(끝)  ***크리스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