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별난 습성이 하나 있다. 머리숱이 자라 이발을 하게 되면 가까운 동네 미용실을 가지 않고 구태여 멀리 떨어진 대중목욕탕이나 사우나를 이용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발과 더불어 목욕을 해야 기분이 개운하기 때문이다.
2월 마지막 공휴일 26일 오전, 웬 지 몸도 찌뿌듯하고 이발도 해야겠기에 집에서 족히 3km 나 되는 병점고등학교 앞, 구봉 사우나탕을 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이발 손님들이 두어 명 대기 상태다. 하는 수 없이 먼저 땀을 뺄 요량으로 간단히 샤워를 하고 사우나 실에 들어갔다.
뒤 미쳐 내 또래 쯤 되어 보이는 중년이 들어오더니만 “에이, 기본 에티켓도 없는 잡놈들 때문에...” 라면서 화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른다.
“뭐, 못 볼 것이라 보셨나요?” 하고 내가 對句(대구)를 했다.
“아 글쎄, 탕에 들어오려면 머리도 감고 다른 곳은 몰라도 똥 곳만은 씻고 들어와야 하는 것 이 기본 에티켓이 아니겠소!” 하면서 분이 풀리지 않는지 여전히 씩씩거린다.
화난 이유를 듣고 보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자칫 말했다가는
“당신이 뭔데 이러 쿵 저러 쿵 하느냐! 고 다툼이 생길 수 있으니 말은 못하고 사우나실에 들어와 속상함을 풀어놓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위로 차원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요즘 눈에 거슬리는 것이 어디 이뿐입니까! 하지만 세태가 변했으니 참고 지내야지요” 어차피 제 멋에 사는 것이 요즘 세태인 걸요. 그러자 그 사람은 “우리 아이는 어려서부터 대중탕에 함께 데리고 다니면서 깨우쳐 줘서 그런지 그렇지 않아요!!” 하면서 대꾸한다.
“예, 맟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사회 준칙(규범)은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깨우쳐 줘야 하는데, 요즘 그것이 실종되어 버렸습니다. 우리 집만 하더라도 손자들에게 뭔가 가르치려고 하면 안식구부터 눈살을 찌푸려요. 그러니 젊은 사람들 말해서 뭣해요!” 우리들 어렸을 적 소위 ‘밥상머리 교육’ 이라고 하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세태가 된 걸요“
“허긴 요즘 우리 어른들이 더 문제입니다. 지나친 가족 이기주의로 말미암아 자식들 때문에 욕보는 공직자들 많지요. 당연한 업보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정교육을 충실히 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나는 ‘일본’ 과 ‘이스라엘’을 꼽는다. 인사는 예절교육의 시작이다. 일본인들은 ‘이랏샤 이마세’ 또는 ‘스미마센’을 입에 달고 다닌다. 아이들이 등교 시 교문에서 바른 인사를 하지 않으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시킨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국민이 일본인이라는 소문이 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다음은 가장 많은 노벨 수상자를 배출한 이스라엘 국가다. 자녀교육은 주로 어머니들이 하는데 ‘탈무드’를 교육성전으로 신에 대한 믿음과 가장에 대한 효심을 철저히 숙지시킨다고 한다. 열배가 넘는 주위 아랍권에서 당당히 나라를 지키는 굳건한 애국심이어머니를 통한 가정교육에서 축적되었다고 생각하니 대단한 나라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국가 어느 부모나 똑같다. 그래서 人之常情(인지상정)이라 하지 않던가! 다만 ‘가까이 있는 나무만 보지 않고 먼 곳의 숲을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정녕 자녀가 미래에 존경받는 인물로 키우려면 ‘사랑보다 질책을 더 하라’는 警句(경구)를 소개하면서 글을 맺는다.
+크리스탈 힐링일기/2023.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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