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맹자는 일찍이 ‘군자에게는 3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하였다. 첫째가 부모가 함께 살아계시며 형제가 무고한 것, 둘째,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서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 셋째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라 하였다. 다만 왕 노릇하는 것은 그 안에 들어 있지 않다고 토를 달았다.
40년 이상 코흘리개 아이들을 바라보면 지낸 나는 비록 재물은 축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긍지는 살아있었다. 그런데 근자 일선교육현장 교사들은 마지못해 학교에 출근하며 어깨가 축 처진 교사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일 년 전에는 우리나라 수도 한 복판에 있는 모 초등학교에서 MZ 여교사가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여 모든 일선 교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기도 하였다.
교내에서 선생님들이 하는 일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인성교육과 안전지도를 위한 생활지도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는 교과지도이다. 그런데 문제는 간단없이 교육행위를 하는 교사나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 공히 교과활동은 중요시하면서 생활지도는 소홀히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는 사실이다.
38년간 우리나라의 국권을 탈취하여 온갖 만행을 저지른 일본이라면 몸서리가 난다. 하지만 학교 등교할 때, 인사를 바르게 하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다시’ 하면서 제대로 할 때까지 반복 지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이 세계2차대전 패전국에서 쉽게 회복한 것도 따지고 보면 사회준칙을 확실하게 지도한 때문이다. 일본에 가면 “이랏샤 이마떼”라는 인사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는다. 따라서 세계인들은 일본을 세계 제1의 친절 국민으로 인식한다.
서양의 어느 철학자는 최고선은 존재할 수 없다고 설파했다. 세상사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게 마련이다. 민주화 이후, ‘학생 인권 존중’ 이라는 조례로 인하여 현장교사들이 학생 생활지도에 아예 손 놓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생활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원활한 교수학습활동도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교사들의 교권을 움츠려 들게 하는 학생 인권존중 조례는 당연히 검토되어야 한다.
8.15광복 이후, 6.25 전쟁을 겪은 잿더미 속에서 오늘 날 우리나라가 경제 10위권 국가로 부상한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 땅과 소를 팔면서 공부시킨 부모들의 힘이 크다. 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 라 한다. 이 명문 속에는 ‘가까이 있는 나무만 보지 말고, 먼 숲을 바라보라’ 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여기서 나는 교육수요자인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의 미래 홀로서기를 위해 학교와 교사들을 바라보는 안목을 바꾸기를 부탁드리는 마음에서 실화 하나를 소개한다.
『식물분야 전공교수가 초등생인 아들과 함께 동네 뒷산 둘레 길을 걷게 되었다. 이 때 아들이 작은 꽃이 예쁘게 핀 한 잡초를 가리키며 “아빠 이 꽃 무슨 풀이에요?” 하고 묻는다. 아버지는 "글쎄다, 나도 잘 모르겠다. 내일 학교 선생님께 여쭤봐라“ 고 말한다. 그리고는 귀가하여 아들 선생님에게 풀이름(과명) 과 성분 그리고 원산지 등을 알려준다. .
다음 날, 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이 풀에 대한 설명을 들은 아들이 학자인 자기 아버지 보다 담임선생님을 더 존중하게 되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교육자와 피교육자간의 신뢰(믿음) 쌓기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
자녀가 미래에 반뜻한 〈홀로서기〉는 부모하기에 달렸음을 꼭 인식하길 바라면서 글을 접는다.(끝)
*이 글은 새로 창간한 인천교육일보 칼럼마당 (2024. 12. 02일자) 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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