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보이스 피싱’ 망상에 시달린 3월 첫 날

길전 2023. 3. 2. 14:40

 어제 104주년 3.1절 기념일에 이어 오늘은 2023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는 첫 날이다.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이다. 스마트 폰 전화 신호음이 들려 받았다.

거기 밀양초등하교 교무실 아닌가요?”

전화 잘못 하셨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전화 신호음이 또 들린다.  역시 밀양초등학교를 찾는 전화다.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까지 연이어 전화가 걸려온다. 하긴 며칠 전에도 그리고 3.1절인 어제도 몇차례 밀양초등학교를 찾는 전화가 서너 번 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넘겨 버렸다. 그런데 오늘은 빈도가 너무 잦다. 아무래도 내 인터넷 전화번호가 유출된 듯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하다. 

 

 곧바로 내가 약정한 인터넷 업소(kt)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밀양초등학교는 행정구역상 경남이므로 전화번호 앞자리가 055으로 시작되는데, 인터넷 전화번호 010와 연결되는 연유를 확인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혹여 혼선이 생길 수도 있으니 직접 학교로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면서 끊는다.

 

 나는 햇수로 4년 전,  이 곳 동탄으로 오기전에, 인천광역시 부평구 관내 경로당을 순방하면서 보이스 피싱 예방봉사활동을 했다.  작금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 폰이 대중화되어 이웃간에 소통이 편리해 졌지만, 이로 인해 특히 중 장년층들이  보이스 피싱 사기로  입는 피해가 적지 않다. 세상사 어떤 사안이나 물건이 새로이 출현했을 때, 마냥 좋아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나의 평소 지론이이다. 그것은 독일 해석상의 원조인 가다마(Gadamer)의 "최고선은 존재하지도 않고 또 존재할 수도 없다" 는 명언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어쩔 도리 없이 밀양초등학교 전화번호를 검색하여 전화를 했다. 마침 행정실장이 받는다. 신학기를 맞아 무척 바쁘시겠지만 학교장과 통화하고 싶다고 했더니 무슨 일 때문에 그러냐?’ 되묻는다.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밀양초 학부모들의 잘못된 전화가 오고 있음을 자세히 이야기 하고 ,  나도 불안하지만 전화를 한 학부모들도 얼마나 황당해 하겠느냐고 한마디 넌지시 덧붙었다.

 

1시간이 미처 안 되어 밀양 행정실장으로 부터 답신 전화가 왔다. 인터넷 전화번호 가운데 4자리 숫자 중 하나가 잘못 입력되어 생긴 사단임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전혀 상관도 없는 밀양초교 학부모들이 더 이상 나한테 무안을 당하지 않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말이다. 불안하고 초조하던 마음이 금방 뚫린다. 그리고 시원하다. 새 학기를 맞아 희망과 기쁨에 들떠 마냥 즐겁고 행복한 새싹들의 해맑은 모습들이 눈에 어른거린다가 사라진다.

 

+크리스탈 힐링일기/2023.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