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독서)

나무에서 본받아야 할 ‘생존의 삶’

길전 2023. 10. 22. 21:05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느 해보다도 혹독한 폭염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가을이 언제 오려 나 기다렸다. 지금은 고인이 된 민주화의 투사로 상징되는 모 대통령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추석연휴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한기(寒氣)를 느끼는 바람이 분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구봉산 능선에 서식하고 있는 수목들도 하나 둘씩 단풍 들기가 눈에 띈다. 몸담고 있는 파크자이 아파트 경로당에서는 지난 주말(1020) 충남 예산에 위치한 수덕사와 더불어 아산에 자리하고 있는 이 충무공 유허지를 다녀왔다. 수덕사 경내나 현충사 은행나무 길은 아름다운 단풍 모습보기가 좀 이른 감이 든다.

 

단풍이 곱고 아름답게 물들려면 몇 가지 조건이 일치되어야 한다.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야 하나 영하로 내려가지 않고 하늘은 청명해야 하고 일사량은 많아야 한다고 어느 수목 전문가는 말한다. 즉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범위에서 온도가 서서히 내려가면서 햇빛이 좋을 때, 잎 속 수액의 당분 농도를 증가시켜 붉은 색의 안토시아닌을 많이 생성하게 되고 색채가 가장 좋다는 것이다.

일교차가 큰 서늘한 날씨는 엽록소를 빨리 분해시키는데, 이로 인해 평지보다는 일교차가 큰 산악지방이나 강수량이 적은 지방의 일조량이 많은 양지쪽에서 더 밝고 고운 단풍이 든다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이른바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로서는 10월 초 강원도 설악산을 시작으로 오대산, 속리산, 가야산, 계룡산, 지리산 한라산, 내장산 순으로 대략 한 달 간 지속된다.

 

그런데 여기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은 단풍의 아름다움에만 취한 다. 정작 나무들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 즉 단풍이 생존수단의 한 과정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나무들은 단풍들기를 통해 잎을 떨어내야만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잎에서 이뤄지는 탄소동화작용을 중단시켜야만 긴 동절기 추위를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뿌리에서 계속 빨아드린 물로 나무는 동사(凍死)하게 마련이다.

 

여기에 우리 인간이  깨달아야 할 사 즉 생(死 卽 生)’의 큰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일찍이 호국영웅 이 충무공은 임진왜란 당시 우리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다. 살려하면 죽을 것이요, 죽을 것을 각오하고 싸우면 살 것이라고 장병들을 격려하여 최후 전투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여우보다 더 간사한 짐승이 사람이다' 라는 속설이 있다. 잘 나갈 때는 너·나 없이 마음을 비우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풍의 아름다움에만 취할 것이 아니라 나무로부터 주는 사 즉 생(死 卽 生)의 이치를 본받아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쓴다.()

**크리스탈 힐링일기/2023.10.23.()**

(고엽)(이브 몽땅).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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