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 지나면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늘 이맘때가 되면, 어린 시절 고향 과림동 큰 댁 뒤 곁에 파놓은 방공호에서 생활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또 약관 20세에 교대를 졸업하고 초임교사 발령을 받자마자 군 입대 영장을 동시에 받았던 생각이 반추되곤 한다.
당시는 5.16 군사혁명 직후라 국가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병역의무를 하지 않으면 사실상 공직 근무가 어려운 시기였다. 강원도와 접경을 이루고 있는 경기도 가평군교육청에서 첫 발령장을 받고(65.3.8) 운악 산자락에 있는 학교에 부임했다. 부임당시 나는 군에 갈 생각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학교에 부임했다.
학교에서는 곧바로 軍에 입소할 나를 반가워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잠은 숙직실에서 자고 식사는 선생님들이 하숙하는 집에서 해결했다. 1주일 쯤 지난 어느 날 학교장이 나를 보자고 하더니 의사를 묻는다. “김 선생, 군에 갈 생각 여전한가?” ”예“ 라고 했더니 ”그럼 집에 가서 며칠 쉬게!” 한다. 불과 1주일간 緣을 맺었던 아이들과 인사도 없이 헤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기 그지없다.
본가에 귀가한 지 5일 만에 제 1논산 훈련소에 입소(65.3.23.)하였다. 당시 함께 입소한 동기들이 30명가량 된다. 그런데 묘하게도 ‘나’ 혼자만 외롭게 떨어져 훈련을 받고 나머지 동기들은 다른 부대에서 훈련을 받고 6주 만에 ‘배출대’ 에서 다시 조우했으나 나는 정보학교로 다른 동기는 부관학교로 또 헤어졌다.
2년 6개월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초임학교를 방문했을 때, 입대하던 해 여름 폭우로 校舍가 침수 붕괴되어 다른 장소에 이전되어 있다. 또 나를 알아보는 교직원이 한 사람도 없어 조금은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경춘가도 변에 위치한 S학교에서 5년 6개월 그리고 면소재지 C학교에서 3년 만에 본가가 있는 인천으로 전입하였다. 오지 가평에서의 새내기 교사시절은 아이들에게 나름대로 열정을 쏟은 탓일까? 지금도 생생하다.
나라 잃은 참상은 굳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 중동전쟁을 들지 않더라도 팔·구십대 노년들은 너무나 잘 안다. 지금도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위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MZ세대들의 국가 안보의식이 옅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솔직히 불안하다. 현재 세계 최대 강국은 미국이다. 핏줄이 각기 다른 세계 여러 종족이 어울려 지내는 소위 ‘합중국’이 세계 최대 강국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아니러니 하다.
그런데 이유가 있다. ‘국가를 위해 싸우다가 희생한 영령들에 대한 〈보훈〉이 철저하다. 일예로 한국전쟁 시 행방불명된 군인들의 시신을 지금도 북한지역에서 찾아 미국 현충원에 모신다, 지난 4월29일 ’6.25 참전용사 랠프 퍼켓 주니어 미 육군 예비역대령 유해가 미국연방 의회 중앙 홀인 ‘로툰다’에 안치되어 조문을 받았다‘ 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자국 대통령의 명예훈장 수여는 물론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부터 태극무공훈장도 수여되었다.
이외에도 가슴이 찡한 미 국민의 각별한 참전용사 예우 사례는 많다. 미국에서는 비행기 탑승 시 ‘프리 보딩’ 서비스가 일반화 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군국장병들을 낮잡아 보는 풍조가 증폭되고 있어 무척 안타깝다 못해 슬픔을 느낀다. 군인은 식사량이 많아 식비를 더 받아야 한다는 메뉴표가 눈에 띄는가 하면, 신병 수료식에 참가한 부모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업소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된 이 시점에도 독립투사 어른들이 에어컨 하나 없는 쪽방에서 지낸다는 이야기며 후손이 가난을 대물림하며 어렵게 지내는 모습을 가끔 매스-콤을 통해 시청하면 콧등이 시큰해진다. 이래서야 누가 대한민국을 위해 하나뿐인 생명을 바치겠는가! 나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자이사랑봉사단원」과 함께 동탄 이웃에 있는 오산 죽미령 고개에서 남침하는 북괴군을 최초 방어한 유엔군 초전 기념관이 있는 평화공원을 답사하고자 한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나라사랑’ 하는 마음을 싹틔워 주는 교육보다 더 소중한 교육이 또 있을까? 생각하면서... (끝)
**크리스탈 힐링 일기/2024 5,2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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