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독서)

나무만 보지 말고, 먼 숲도 보는 식견을 가져야...

길전 2024. 5. 16. 01:14

가정의 달’ 5월도 오늘로서 절반이 지났다. 언제나 하는 것처럼 눈을 뜨자마자 아파트 1층 우편함에 꽂혀있는 신문을 펼치자 첫 지면에 5년간 교사 1133, 학생·학부모에 맞았다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12면 사회 지면에는 오늘 스승의 날 교문 안팎 두 표정이라는 타이틀 란에는 지난 5년간 교권 침해 현황과 더불어 초등교사 최고 선물은 교권 보호라는 글이 실려 있다.

 

시간 참 빠르다. 정년이 되어 아이들과의 생활을 접은 지, 17년 하고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내 대를 이어받은 여식(女息)이 교단생활을 한지 얼핏 20여년 가까이 되는 까닭에 교육에 대해 관심이 늘 클 수밖에 없다. 비단 교육만은 아니지만 근자 나라 돌아가는 상황을 보노라면 한마디로 귀가 막힌다는 생각이 든다.

 

60년대 군 복무를 마치고 경춘가도 변에 있는 12학급 규모의 학교에 복직했을 때의 모습이 반추된다. 1교시 수업이 시작된 지 5분쯤 지났을 때, 교실 출입문 노-크 소리가 났다. 출입문을 여니 손에는 싸리나무 회초리를 든 할아버지가 눈물이 글썽 글썽한 아이와 함께 있다.

 

선생님! 면목이 없어요. 학교가기 싫다고 해서 억지로 끌고 왔습니다.

우리 손자 사람 만들어 주세요하면서 회초리를 내 손에 쥐어 준다. 초년 교사였던 나로서는 어찌해야 좋을지,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아무튼 그 후부터 P는 늦는 일 없이 또박또박 학교에 등교했다. 60대가 넘어 나처럼 노년기 삶을 살아 갈 P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일찍이 맹자는 군자삼락(君子三樂)이라 하여 군자에게는 3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하였다. 첫째, 부모가 함께 살아계시며 형제가 무고한 것이고, 둘째는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서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며, 셌째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이를 교육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요즘 교육현장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지닌 교사들이 태반이라니 뭐가 잘못 되었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다.

 

교육을 흔히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말한다. 교육은 현재 배움의 과정을 받는 현재가 아닌 미래 홀로서기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인권 존중이라는 이른바 전교조의 표플리적인 행태의 교육정책과 이에 동조하는 교육수요자 즉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권 침해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미래 나라의 주역이 될 어린이나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의 궁극적 목적인 먼 숲(홀로서기)보다는 가까이 있는 나무(피교육자 인권)만 쳐다보니 교사의 열정 있는 가르침에 대한 인권은 보장받지 못하여 급기야 서울 모 학교 교사의 죽음에 이루는 사태를 초래하기에 이루었다.

 

또한 가르치는 일을 성직(聖職)이라는 관념보다는 노동직(勞動職)으로 바라보는 전교조의 생각이 공교육의 자멸로 빠지는 책임이 없지 않다. 교육은 학생들 인권 존중 못지않게 미래 홀로서기를 위해서는 단련교육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일예로 과거 구소련에서 인류 최초로 발사한 인공위성(스푸트니크1) 발사 후 미국이 존 듀이의 경험중심교육과정에서 브루너의 학문중심 교육과정으로 바뀐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하겠다.

 

나는 학부모를 상대로 한 교육 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 주곤 한다.

 

생물학 교수가 하루는 아들과 함께 야외 산책에 나갔다. 이 때 아들이 예쁘게 꽂이 핀 잡초를 들고 와서 이 식물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았다. 이때, 아버지는 글쎄다, 난 잘 모르겠는데, 너희 선생님에게 여쭤보렴하고 대꾸했다. 그 날 아버지는 꽃의 이름과 종() 그리고 과()을 아들 담임에게 자세히 일러주었다. 다음 날 학교에 간 아들은 담임선생님에게 질문을 했다. 어랍 소, 생물학의 권위자인 아버지도 모르는 꽃 이름은 물론 특성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니 크게 놀랄 수 밖에!! 그로부터 아들은 담임선생님을 신뢰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배우고 가르치는 것은 학생인 피교육자와 교육자인 교사의 믿음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행정 당국은 교육수요자와 공급자간의 원만한 인간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조치를 시급히 강구하기를 당부하면서 글을 맺는다.

**크리스탈 힐링일기/2024. 5. 15()**

스승의 은혜.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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