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삼라만상 중에 가장 힘센 것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시간’을 꼽는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힘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가리지 않고 똑같이 부여되는 시간은 정말 대단한 존재이자 상징이다. 어제는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겨울의 초입을 알리는 立冬이다, 예전에는 이 때가 되면 밭에 심은 무나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하며 동면하는 동물들은 땅속에 굴을 파고 숨는다. 입동 날 추우면 그 해 겨울은 몹시 춥다는 속설도 생각난다.
오늘 식전에 아내가 우리나라 명 사찰 중에 하나로 소문 난 지리산에 있는 송광사로 순례를 간다기에 승용차로 태워다 주고 귀가하여 또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kbs 1방송에서 여자 아나운서가 뉴스 브런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자그마치 4시간 잠을 잔 탓인지 몸이 나른하다 못해 축 처진다. 기운을 차려야하겠다는 생각으로 면도를 하고 온 몸에 비누칠을 하고 있는데, 스마트-폰 전화벨이 울린다. 참 딱한 순간이다. 전화를 받자고 사워를 멈출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받자니 궁금하다.
한 참 전화벨이 울리더니 끊겼다가 다시 벨 소리가 다시 난다. 서둘러서 샤워를 하고 몸에 물기가 채 마르기 전에 스마트 폰을 열어보니 교대 졸업당시 성적이 좋아 서울특별시에 배치된 G이다. 그와는 현재까지 통화만 두어차례 하고 직접 만난 적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G는 서울에 근무하다가. 중등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경기도 지방에 근무하다가 다시 서울로 들어와서 학교장으로 정년퇴직했다는 것이 그에 대한 내용 전부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모 신경외과에서 새로 개발된 ‘단일 통로 협착증 내시경 시술을 받은 것이 꼭 4년하고 10개월이다 그동안 조금 무리했다 싶으면 협착증세가 나타나긴 했지만 파스를 붙이거나 사우탕에서 온열 찜질을 하면 이내 통증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의원에 가서 침· 뜸까지 떴지만 효과가 없다. 결국은 같은 단지에 거주하는 지인의 소개로 삼성 본 병원에 가서 MRI 촬영을 하고 신경 안정제 주사를 맞았다.
원장 왈, ’일단은 신경안정 주사로 치료 해보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내시경 시술을 다시 해보는 방법 밖에 없다‘ 는 말을 듣고 나는 기가 팍 꺾었다. 컴퓨터 책상에 앉아 ’힐링 일기‘를 쓴 것이 따져보니 2주가 넘는다. G의 첫 말문이 “김 선생, 요즘 글 안 쓰냐?“ 이다. 내 글을 하나도 빠자자 않고 꼼꼼이 읽으면서도 댓글 한 번 달지 않은 교대 동기다. 하지만 근래 글을 볼수가 없어 혹여 신상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궁금하여 전화를 했다는 이야기에 눈가가 나도 모르게 젖는다. 기쁘다 못해 '행복' 바이러스가 갑자기 온 몸에 넘쳐흐른다.
나는 소일거리 중 하나로 글쓰기를 통해 가족과 가까운 친적 그리고 지인들에게 카-톡을 통해 쓴 글을 띄우는데 거기에는 내 나름대로의 2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삶에 대한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글을 통해 내 근황을 알리는 것이다. 일찍이 공자는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하였다. 또 공자는 益者三友 와 損者三友라는 명문을 통해서 ‘정직· 진실· 박학다식한 사람과 가까이 하면 유익하고, 반대로 외모·굽실·말 잘 둘러대는 사람과 가까이 하면 손해된다고 하였다.
자주 접하지는 못하지만, 글을 통해서 나의 안부를 확인하고 또 궁금해 하는 지인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즐겁다 못해 행복하다. 그리고 그가 또 고맙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또 하나의 결심을 했다. 앞으로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다면 계속 컴퓨터 자판기를 통한 글을 쓰겠노라고... 뜬금없는 허리 협착증 재발로 또다시 실의에 빠진 나에게 희망을 한아름 안겨 준 敎大 同期 G에게 뜨거운 감사의 情을 전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G형! 점차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 가내가 두루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끝)
**크리스탈 힐링 일기/2023.11.0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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