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한 사람은 고대 희랍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이다. 그는 스승 플라톤의 학문을 이어받아 논리학·윤리학·정치학·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집대성하며 서양 철학의 근간을 세운 위대한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내가 오늘 새삼 아리스토텔레스를 떠올리는 이유는 단순히 그의 학문 때문만은 아니다. 고대 희랍의 철학자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와 신념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의 현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편이 답답해질 때가 있다. 나라의 미래가 어디로 흘러갈지 불안과 혼란이 적지 않은데도, 이름 있다는 학계 인사나 정치인들 가운데는 마치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n물론 말보다 행동이 중요할 때도 있지만, 사회의 방향을 고민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함구무언(緘口無言)하는 모습은 아쉬움을 남긴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걱정도 자연스레 깊어지는 듯하다.
세계적인 부자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화성특례시 동탄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지도 어느덧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코로나시기를 지나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세월은 어느새 이웃과 정을 나누게 만들었다.
오늘은 아파트 인근에 있는 꿈 너머 꿈 교회의 ‘청춘교실’ 회원들과 함께 융·건릉 탐방에 다녀왔다. 융·건릉은 조선 왕조의 역사와 효(孝)의 정신이 깃든 유서 깊은 장소로, 갈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숙연해지는 느낌을 준다.
봄기운이 완연한 숲길을 따라 회원들과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몸보다 마음이 더 건강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참으로 사람의 인연(緣)이란 신기하고도 묘하다. 자이아파트 경로당 회원으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웃 교회에서 운영하는 ‘청춘교실’과도 인연이 이어졌다. 한 달에 한 번 교회에서 정성껏 준비해 주시는 점심식사를 함께 나누고, 식사 후에는 노년 건강관리를 위한 스트레칭도 배우며 목사님의 말씀을 듣는다.
n특별히 노후를 좀 더 평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들은 고단한 삶을 살아온 노년의 마음에 잔잔한 위로와 힘이 되어 준다. 물론 처음부터 마음이 편했던 것은 아니다. 부부가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n세월이 흐를수록 종교의 형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부처님 오신 날’에는 사찰을 찾고, 성탄절이 되면 아내와 함께 교회에 나간다. 서로의 신앙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 또한 부부가 함께 늙어가는 하나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며칠 전, 목사님 사모님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현재 필리핀에서 선교 활동 중인데. 오는 13일 ‘청춘교실 융·건릉 탐방’에 꼭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먼 타국에서 바쁜 선교활동을 하시면서도 회원들을 잊지 않고 챙겨 주시는 모습에 깊은 정(情)을 느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작은 관심과 따뜻한 배려인지도 모르겠다. 문득 지난 팔십 평생을 돌아보게 된다. 살아오는 동안 가까운 가족들에게도, 이웃들에게도 충분히 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나이가 팔순하고도 세살의 덤이 붙고 보니, 결국 사람에게 남는 것은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오늘 융·건릉 탐방이 따뜻한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하루였다. 감사합니다.
크리스탈 힐링일기 / 2026. 05. 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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